역자는 미상이다. 원효(元曉)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과 각우(覺牛)의 『야운자경서(野雲自警序)』(또는 『야운자경문(野雲自警文)』·『야운자경(野雲自警)』)의 언해와 합본되어 3권 1책으로 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고승의 저술로서 불문(佛門)의 범절과 마음가짐, 출가수도의 필요성과 방법을 논술하여, 불문의 초심자가 반드시 읽어야 될 책이다. 원전을 대문으로 나누어 한글로 구결을 달고 언해한 것은 다른 불경언해와 같으나, 원전의 한자에 한글로 독음을 표시한 것이 특징이다.
1978년 『명지어문학』 제10호에 『발심수행장언해』, 『야운자경서언해』와 함께 영인되어 널리 유포되었다. 1997년에는 홍문각에서 이 세 책을 합본하여 영인한 바 있다.
현재 알려진 이본(異本)은 1577년(선조 10)에 간행된 전라도 송광사판과 1583년(선조 16)에 간행된 경기도 용인서봉사(瑞峰寺)판의 2종이 있다. 송광사판은 규장각 도서와 송광사 성보박물관 등에 있으며, 아직도 책판이 남아 있다. 서봉사판은 매우 드물어서 영남대학교 도서관과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의 오구라(小倉眞平) 구장본(舊藏本)만이 전한다.
이들은 각각 독립하여 언해된 듯하여, 대문의 분절, 언해, 한자독음의 표기 등이 다르다. 또, 제책에서 3권 1책인 점은 같으나, 송광사판이 장차(張次)를 3권에 연속시키고 서봉사판이 권마다 독립시켜서 매긴 점도 다르다.
송광사판은 15세기말 성종 때의 불경언해와 비슷한 문체를 보여주지만, 그때의 번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간행연대인 16세기말의 국어사 자료로 사용함이 온당하다. 실제로 이 책의 방점표기는 극히 형식적이며, ‘ㅿ’의 사용도 혼란을 보이고 있다(ᄆᆞᅀᆞᄆᆞ로, ᄆᆞᄉᆞᄆᆞ로, ᄆᆞᄉᆞᄆᆞᆯ, 우솜낙닥[戱笑], 우옴낙닥).
송광사판에는 구개음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언어 사실이 나타난다. 고유어는 두 가지 예뿐이나, 한자독음의 표기에서는 구개음화된 형태가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15세기에 ‘디’로 표기되던 ‘智’가 ‘지(12a)’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의 경우에 ‘디·댜·뎌’ 등이 ‘지·쟈·져’ 등과 변별되지 못하고 있다(ᄀᆞᄅᆞ틴, ᄀᆞᄅᆞ치샤ᄆᆞᆯ, 知지慧혜, 디혜 등).
이것은 간행지인 전라방언의 구개음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같은 해 같은 송광사에서 간행된 『사법어언해(四法語諺解)』의 중간본에서도 확인된다. 또, ‘ㅿ’이 ‘ㅅ’으로 표기된 예가 많이 보이는데(예: ‘ᄆᆞᄉᆞᄆᆞᆯ’), 이것도 역시 전라방언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서봉사판은 전형적인 16세기 말의 국어사 자료이다. 방점과 ‘ㆁ’는 폐기되고, ‘ㅿ’은 혼란이 되지만 쓰이고 있다. 연철표기가 일반적이지만 ‘사ᄅᆞᆷ’처럼 부분적으로 분철표기가 보이는 등 문법사실과 어휘도 송광사판보다 근대어에 가까운 모습이다.
서봉사판에서는 구개음화의 예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중앙어와 전라방언과의 차이에 말미암은 것으로 생각된다. 즉, 전라방언에는 광범위하게 구개음화가 진행된 것과 달리 당시 중앙어에서는 구개음화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어사 연구와 우리나라 불교사 연구 자료로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