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사회 분화(social differentiation) 혹은 분업(division of labor)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이 수행하는 직무와 이에 부가되는 역할도 분화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특정한 직무와 역할이 단순한 수평적인 차이를 넘어서 경제적 부(wealth)나 권력(power), 사회적 명예(social honor)와 같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보상(social reward)의 불평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실에서 대체로 유사한 사회적 자원을 갖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층(stratum)은 이렇게 유사한 위계에 속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개별 집단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한 사회에는 여러 계층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때 복수의 계층들(strata)로 이루어진 체계를 계층 구조(stratification structure)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계층 구조의 구성 형태나 내용은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마다 다르다.
계층은 지위 집단(status group)이라고도 한다. 지위 집단과 계급은 사회 불평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어떤 경우에는 두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혼재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그림 1-가>에서 제시된 것처럼 전통적으로 지위 집단과 계급(class)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분에 의하면 계급은 경제적인 차원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인 학자인 마르크스(Marx)는 경제적 속성의 핵심이 생산관계, 즉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의 소유 여부로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베버(Weber)는 계급의 경제적 속성을 생산수단 소유 여부와 함께 개인이 특정한 능력과 기술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를 의미하는 시장상황(market situation)에서 찾고 있다. 반면에 계층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의미하는 정치적인 권력이나 사회적인 위세 같은 다른 차원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계급은 서열화된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배타성 혹은 단절성과 집단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동질감이나 응집력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러한 배타성과 동질감을 급격한 사회변동의 주요 원동력으로 간주한다. 반면에 지위집단 개념은 집단 사이에 상대적으로 단절성이 약하고 집단 내 구성원 사이의 응집성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따라서 지위집단을 연속선에 존재하는 가변적인 집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지위집단과 계급이 병렬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닌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림 1-나>에서 제시된 것처럼, 지위집단이 어떤 종류의 위계를 다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면, 계급은 지위집단 중에서 특수한 경우를 의미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위집단이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와 상관없이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사회 불평등과 관련이 깊다면, 계급은 특정한 유형의 사회 불평등 구조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위집단과 계급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사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림 1-다>에서 제시된 것처럼, 특정한 불평등 현상을 다루기 위하여 지위집단과 계급 개념을 동시에 활용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최근에 동일한 계급 내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같은 고용 유형이나 대기업/ 중소기업 같은 조직 규모처럼 지위집단과 관련이 깊은 요인에 의한 불평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처럼 다양한 불평등 현상을 다루기 위해 특정한 개념만을 사용하지 않고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때도 있다(홍두승 · 구해근, 2004).
<그림 1> 계층과 계급 구분
계층구조의 특성, 특히 불평등과 관련하여 이론적으로 크게 <그림 2>와 같이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할 수 있다. 첫 번째 차원은 지위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자원을 둘러싼 위계성(hierarchy)이다. 이러한 차원에서는 1) 절대적으로 불평등한 계층구조를 가진 사회와 2) 완벽하게 평등한 계층구조를 가진 사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계층 사이에 존재하는 소득, 교육 기회 같은 불평등 정도에 관한 관심과 관계가 깊다.
두 번째 차원은 이동성(mobility)이다. 이러한 차원을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닫힌 사회와 완전히 열린 사회를 구분할 수 있다. 전자 유형의 사회에서는 어떠한 계층 이동도 불가능하며, 가족 배경이나 젠더, 인종 같이 주어진 지위인 귀속지위(ascribed status)만을 갖게 된다. 반면에 후자 유형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얻은 획득지위(achieved status)만이 존재한다. 이동성 차원은 위계성 차원 못지않게 계층 불평등, 특히 계층구조의 유연성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이 깊다(Giddens, 1974).
이렇게 위계성과 이동성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계층구조의 유형을 살펴본다면 크게 네 가지 유형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 유형의 사회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이념형(ideal type)이다. 가령, 마르크스가 예언하였지만 현실화하지 못한 공산주의 사회를 어떠한 불평등도 존재하지 않고 단순한 직무의 차이만이 존재하는 사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불평등 차원과 유형
현대 계층 연구의 주된 목적은 불평등 현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내용은 구체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구분 방법은 계층 연구의 이론과 방법론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계층 연구에서 계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이론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계층 연구는 계급 논의와는 달리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관심과 관련이 깊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객관적인 자료가 필수적이다.
계층 개념을 측정하는 것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계층을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집단으로 간주하여 측정 점수를 적용하는 것이다. 데이비스와 무어(Davis and Moore, 1945)와 같은 구조기능주의에 기반한 계층론 연구나 블라우와 던컨(Blau and Duncan, 1967), 페더만, 존스와 하우저(Featherman, Jones and Hauser, 1975) 같은 직업 위세(occupational prestige) 관련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직업 위세로 계층을 측정하고 이러한 직업 위세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 배경, 교육, 인종, 지역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비교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국제 비교연구에서도 사용되었다. 사회 불평등 정도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기보다는 시간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층 연구에서 비교 사회 연구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트라이만(Treiman, 1976)과 간제붐(Ganzeboom and Treiman, 1996)은 국제노동기구가 제정한 국제 직업 분류 체계를 이용하여 비교가 가능한 직업 위세 척도를 구성하여 비교 사회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이론과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연구로는 차종천(1998), 홍두승 외(1999), 최유정 외(2008), 계봉오와 황선재(2017)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비교적 간단한 분류(classification) 범주를 사용하는 것이다. 파킨(Parkin, 1971), 다렌도르프(Darendorf, 1959)의 연구가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범주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연구 분야는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다. 사회이동 연구는 출발 지점의 계층 범주와 도착 지점의 계층 범주 사이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한 사회의 개방성(openness)을 측정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세대 내(intra-generation)에서 계층 범주의 변화를 보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는 세대 간(inter-generation) 계층 범주의 변화를 살펴보는 때도 있다.
두 번째 구분 방법은 계층 연구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의 계층 연구가 존재한다. 첫째, 계층에 의해 다양한 영역에서 형성된 개인의 불평등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 고용, 임금 같은 경제적인 불평등뿐만 아니라 정치 참여, 문화, 생활양식, 태도, 인성 같은 비경제적 영역도 포함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부르디외(Bourdieu) 이론을 기반으로 한 문화자본(cultural capital) 연구를 들 수 있다. 물론 부르디외의 중심 개념인 ‘문화 재생산(cultural reproduction)’이 계급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서구 사회와 한국 사회의 여러 경험적 연구에서 문화자본 개념은 많은 경우에 지위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학업 성취, 문화 취향 같은 차이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DiMaggio, 1982; DiMaggio and Mohr, 1985; Lizardo, 2006; 한준 외, 2007; 이호영 · 장미혜, 2008; 최샛별 · 이명진, 2012; 이상수 · 이명진, 2014).
둘째는 계층의 변화를 분석하는 것으로, 이는 대체로 개인의 지위가 아니라 특정한 계층 집단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연구는 계층의 역동성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사회이동(social mobility) 연구라고 불린다. 이러한 사회이동 연구의 전형적인 예는 부모의 계층과 자식의 계층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승이동(upward mobility) 혹은 하강이동(downward mobility)을 경험했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이러한 이동 비율이 항상 그 사회계층 구조의 개방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의 계층구조와는 상관없이 전쟁, 질병, 기근 같은 거시적인 변화로 인해 계층 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배제하고 순수한 의미의 사회이동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개발되어 있다.
서구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이동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미국 사회의 사회이동을 다룬 논문은 Knoke(1973), Featherman and Hauser(1978), Hout(1988), Ryina(2000) 등이 있고,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을 다루거나 국제 비교를 수행한 논문은 Hazelrigg and Garnier(1976), Seeman(1977), Goldthorpe(1980), Hope(1982), Grusky and Hauser(1984)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범주를 이용하여 계층 간 사회이동이나 통혼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이명진, 2000; 차종천, 2002, 계봉오 · 황선재, 2016). 이러한 전형적인 사회이동 연구는 부모와 자녀라는 두 세대 단위로 한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조부모 이상의 세대를 포함하는 다세대 간 관계로 관심을 넓히고, 불평등과 계층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의 규정력을 조명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었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연구 방법과 모형의 발전을 토대로 하여 다세대 계층 이동 모형과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경험적 연구를 통해 다세대 관계에서의 계층 이동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Lindahl, Palme, Massih, and Sjögren, 2015; Ferrie, Massey, and Rothbaum, 2016). 특히 2011년 메어(Mare)가 불평등에 대한 다세대적 영향력을 주제로 한 계층 이동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 이후에 다세대 연구가 급증하였고, ‘다세대 이동(multigenerational mobility)’이 관련 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확산되었다(Pfeffer, 2014; 최유정 · 주혜정 · 최샛별, 2021).
셋째, 노동시장에서 불평등을 유지하는 사회적 과정과 국가 정책의 종류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1) 계층 제도의 유지 원인과 2) 정책적 측면에서 불평등 개선 방안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이다. 전자가 미시적인 측면에서 계층구조의 유지와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라면, 후자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계층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계층 연구는 무엇보다도 불평등 현황을 파악하는 연구 및 불평등 대응 정책 연구와 연결되어 있다. 이에 관한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에 불평등 증가와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1940년대 이후 많은 사회에서 경제 발전에 따라 대체로 불평등이 감소하였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이후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 증가의 원인으로 세계 경제의 변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확산, 비정규직 급증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 기존 조직 구조와 문화의 비효율성 등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언급된다.
둘째, 계층 이동의 감소와 이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표현되는 계층 상승의 기회가 줄고 있다는 사회적인 우려를 반영한다. 아울러 이는 계층 및 계급 재생산의 문제와 더불어 계층 구조의 폐쇄성에 따른 사회 갈등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셋째, 노동시장과 고용 형태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팬데믹의 확산에 따라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관련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새롭게 등장한 불평등 유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