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전하는 자료 중에는 ≪당회요 唐會要≫에 가장 먼저 나타나 있으며, 그 기사를 약간 개서한 정도의 것이 ≪신당서 新唐書≫와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다. 이 비기의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는 알 수 없으며, 단지 고구려의 운수가 다하여 늙은 장군에게 망하게 되리라는 예언적 내용만이 전해진다.
668년(보장왕 27) 요동전선을 살펴보고 돌아간 당나라 시어사(侍御史) 가언충(賈言忠)은 전쟁의 승산에 대해 고종(高宗)이 묻자 당나라의 승리 가능성을 말하는 중에 ≪고구려비기≫에도 고구려가 망하게 된다는 예언이 있음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전하고 있는 ≪당회요≫와 ≪신당서≫의 기사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회요≫에서는 “천년에 못 미쳐 80세의 노장군이 와서 멸망시킨다(不及千年 當有八十老將來滅之).”라고 하였는데, ≪신당서≫와 이를 옮기고 있는 ≪삼국사기≫에는 “900년에 못 미쳐 80세의 대장이 멸망시킨다(不及九百年 當有八十大將滅之).”라고 하였다. 양 기사가 서로 모순관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이적(李勣)이라는 당나라의 전쟁영웅을 둘러싸고 부회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고구려나 백제의 멸망기사라는 것이 신라와 당나라를 크게 두둔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이 기사의 신빙성은 의심스럽다. 더욱이, 객관적인 사서로서 꼽히고 있는 ≪구당서 舊唐書≫에 이 기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이와같이 ≪고구려비기≫의 존재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하여도 이런 종류의 참위서 등이 고구려 말에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기 日本書紀≫ 역시 고구려 말에 그 운수가 700년을 다하여 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전하고 있는 사실을 보아도 비기류의 존재 가능성은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