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요약
「고려 국조신화」는 고려를 세운 왕건의 선조 6대들의 내력과 자취를 다룬 고려의 건국신화이다. 왕건의 6대조 호경, 5대조 강충, 4대조 보육, 3대조 진의, 할아버지 작제건, 아버지 용건을 각기 주인공으로 삼은 여섯 가지 이야기이다. 『고려사』 「고려세계」에 전하고, 선계의 혈통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고려 왕권의 신성성을 나타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선조의 행적에서는 신화적 상징이 드러나고, 왕건의 투쟁과 승리에서는 경험적 세계를 서술하는 역사성이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정의
고려를 세운 왕건의 선조 6대들의 내력과 자취를 다룬 고려의 건국신화(建國神話).
고려 국조신화의 출처
고려 국조신화의 내용
이후 호경은 원래의 아내를 찾아가, 아내와 관계를 맺고 강충을 낳았다. 5대조 강충은 후손 중에 삼한을 통합할 인물이 나오리라는 풍수가(風水家)의 말에 따라 송악(松嶽)에 소나무를 심었다.
4대조 보육은 지리산에서 도를 닦았다.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오줌을 누었더니 삼한이 온통 바다가 되는 꿈이었다. 보육의 형은 보육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자기 딸인 덕주(德周)를 보육의 아내로 삼게 하였는데, 보육과 덕주 사이에서 두 딸이 태어났다. 큰딸도 산에 올라가 오줌을 누니 천하가 잠기는 꿈을 꾸었는데, 작은딸 진의가 그 꿈을 샀다. 이후 진의는 바다를 건너온 귀인(貴人)과 함께 잠자리하고 작제건을 낳았는데, 그 귀인은 나중에 당나라의 숙종(肅宗)이 되었다.
2대조 작제건은 활을 잘 쏘았다. 작제건은 16세가 되어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가는데, 어느 곳에 이르자 배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뱃사람들이 점을 치더니 고려 사람을 배에서 내리게 해야 한다고 하였고, 작제건은 바다에 남게 되었다. 그때 서해 용왕이 늙은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작제건에게 부처로 변신하여 괴롭히는 여우를 물리쳐 달라고 하였다. 작제건은 활을 쏘아 그 여우를 퇴치하였고, 그 보답으로 여러 가지 보물을 얻었다. 그리고 용왕의 딸[龍女] 저민의를 아내로 맞게 되었다. 작제건과 아내 저민의는 용궁에서 얻어온 돼지를 따라가 집터를 잡고 살았다. 그러다가 저민의가 용궁으로 가는 장면을 작제건이 엿보는 바람에, 저민의는 용이 되어 영영 가 버리고 말았다.
작제건과 저민의는 아들 넷을 낳았는데, 그 가운데 장남인 용건은 길을 가다가 꿈에서 배필이 되기로 약속하였던 미인(몽 부인(夢夫人))을 만나 드디어 혼인하였다. 그리고 도선(道詵)이라는 풍수가가 예언한 대로 과연 왕건이 출생하여 삼한의 주인이 되었다.
고려 왕권의 신성성 장치
6대조인 호경은 여성 산신과 맺어졌고, 2대조 작제건은 용왕의 딸 저민의와 맺어졌다. 이를 통해 고려의 선조들은 세속적인 존재에서 신성한 존재가 되는데, 이는 용호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려 왕조의 정체성을 용의 후손으로 여기는 의식과 관련이 있으며, 고려 왕조가 이른바 도참사상(圖讖思想)을 국가적 이념으로 삼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3대조 진의의 이야기나 왕건의 어머니인 몽 부인의 이야기와 같이, 신이한 요소가 개입되어 왕권 혈통에 기여한 여성의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남녀의 결연 과정에서 여성 인물들은 건국 주인공을 출산하는 역할 이외에도, 가계의 신성함을 적극 수용하거나 신성한 혈통을 이입시키는 등 ‘신성화’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화성과 역사성
6대조 호경을 신라 때 왕족 칭호인 성골(聖骨)이라 하거나, 5대조 강충을 6두품의 최고 직위인 아간(阿干)이라 하는 등, 혈통의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신라의 관습을 끌어들였다. 또한, 신분이나 지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작제건을 당나라 숙종의 아들이라고 한 데서는 사대(事大) 의식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혈통의 고귀함이나 신성성을 나타내는 데 있어 전설적인 증거력을 부여하기 위한 설화의 일반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고려 국조신화」는 고대 신화(神話)의 전례를 재현하고자 하였다. 다만 선조들만을 주인공으로 삼고 왕건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 고대의 건국신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결국 선조의 행적은 신화적인 상징을 통해서 부각되도록 만들고, 왕건 자신의 투쟁과 승리는 경험적 세계를 서술하는 역사의 영역으로 아우르고자 함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전례는 조선왕조의 건국 서사시(敍事詩)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고려 국조신화에 반영된 풍수지리
참고문헌
원전
- 『고려사(高麗史)』
- 『세종실록(世宗實錄)』지리지(地理志)
-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단행본
- 김상기, 「국사상에 나타난 개국전설의 연변에 대하여」(『용제백낙준박사환갑기념 국학논총』, 思想界社, 1955)
- 장덕순, 『한국설화문학연구』(서울대학교출판부, 1970)
- 김열규, 『한국신화와 무속연구』(일조각, 1977)
- 조동일, 『한국문학통사』2 (지식산업사, 1982)
논문
- 김창진, 「고전문학 (古典文學) 및 한문학 (漢文學) : 양적 (陽的) 풍수담 (風水譚) 의 전승 계보 (系譜) 와 변이 양상 - 《 단군신화 (檀君神話) 》 , 《 고려국조신화 (高麗國祖神話) 》 , 《 박타령 》 을 중심으로 -」(『국제어문』 13, 국제어문학회, 1991)
- 오세정, 「고려 건국신화의 여성인물 연구」(『우리문학연구』 48, 우리문학회, 2015)
- 이강옥, 「고려국조신화 「高麗世系」에 대한 신고찰 – 신화소 구성과정에서의 변개양상과 그 현실적 기능을 중심으로 -」(『한국학보』 13-3, 일지사, 1987)
- 조현설, 「고려건국신화 「고려세계」의 신화사적 의미」(『고전문학연구』 17, 한국고전문학회, 2000)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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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 조선 성종의 명(命)에 따라 노사신 등이 편찬한 우리나라의 지리서. ≪대명일통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각 도(道)의 지리ㆍ풍속과 그 밖의 사항을 기록하였다. 특히 누정(樓亭), 불우(佛宇), 고적(古跡), 제영(題詠) 따위의 조(條)에는 역대 명가(名家)의 시와 기문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55권 25책의 활자본.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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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
: 말이나 문장의 근거가 되는 문헌상의 출처.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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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
: 작제건 설화에 등장하는 영웅. 고려 태조 왕건의 할아버지이다. 당나라 숙종에게서 태어난 작제건은 당나라로 돌아간 아버지를 찾으러 가던 도중 요괴를 물리치고 용왕을 구한다. 용왕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 용건을 낳게 되고, 그 아들 용건이 후에 낳은 아들이 고려 태조 왕건이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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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
: 신의 대변자인 사제가 지배권을 가지고 종교적 원리에 의하여 통치하는 정치 형태. 고대 유대에서 볼 수 있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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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8
: 중국 당나라의 제7대 황제(711~762). 성은 이(李). 이름은 형(亨).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촉나라로 달아나자 황제에 즉위하여 양경(兩京)을 수복하였다. 재위 기간은 756~762년이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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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1
: 역사가 있기 이전의 신화로만 알려져 있는 시대.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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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5
: 문자로 쓰인 기록이나 문헌 따위가 있는 시대.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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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6
: 신라 때에 둔, 십칠 관등 가운데 여섯째 등급. 육두품이 오를 수 있었던 가장 높은 관등이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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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8
: 약자가 강자를 섬김.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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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0
: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 전설, 영웅의 사적 따위를 서사적 형태로 쓴 시. 서정시, 극시와 함께 시의 3대 부문 가운데 하나로, 서양의 <일리아드>ㆍ<오디세이>, 우리나라 이규보의 <동명왕편>, 김동환의 <국경의 밤#GT#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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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1
: 풍수지리에서, 땅속의 정기가 순환한다는 줄.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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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3
: 통일 신라 말기의 신라, 후백제, 태봉을 통틀어 이르는 말.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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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4
: ‘개성’의 옛 이름.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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