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기」의 여러 이본들의 편차와 내용은 거의 같으며 다만 다소의 출입이 있다.
남원군청간행본의 체재는 권두에 운림초객(雲林樵客)의 광한루기서(廣寒樓記敍), 소엄주인(小广主人)의 광한루기후서(廣寒樓記後敍) · 독광한루기법(讀廣寒樓記法), 이동한(李東漢)의 광한루기발간사, 백정기(白定基)의 중간광한루기서(重刊廣寒樓記敍), 8회로 나뉜 본문, 그리고 책 끝에 광한루기소인(廣寒樓記小引) · 부록 등이 붙어 있다.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62장의 필사본은 광한루기에 대한 운림초객의 서일(敍一)과 소엄주인의 서이(敍二) 및 독법(讀法) · 시(詩) · 인(引) 등이 책머리에 보이고, 이어서 8회에 걸친 본문이 각각 2자의 제목과 16자의 서술적 부제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본문 진행의 전후에 평자의 설명과 느낌의 기록 및 본문 행간에 비평사항이 삽입되어 있다.
이 필사본의 내용은 기타본과 큰 차이점이 없다. 내용 구성은 제1회 심춘(尋春), 제2회 탐향(探香), 제3회 응정(凝情), 제4회 석별(惜別), 제5회 거령(拒令), 제6회 수절(守節), 제7회 봉명(奉命), 제8회 천약(踐約)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특이점은 시대적 배경이 고려 공민왕 시대의 홍건적란(紅巾賊亂)으로 설정되어 있고, 주요 인물은 「춘향전」의 이도령이 도린(桃隣) 혹은 화경(花卿)으로, 방자는 김한(金漢)으로 되어 있으나, 월매와 춘향은 그대로이고, 다만 향단이 보이지 않는다. 이로 볼 때 이 작품의 제목은 중국의 『서상기(西廂記)』에서 영향을 받아 나온 것임이 인정된다.
특히 본문의 내용 중 대화 부분에 중국의 백화체(白話體)가 사용된 점으로 보아 『서상기』 및 기타 중국 백화소설과의 영향관계가 다소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자 문제도 중국어와 고문이 모두 일정 수준에 오른 역관 계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