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는 약 210건에 달한다. 이들 의안은 정치·경제·사회·사법·군사 및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제도 개혁 내지 현안 해결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 중에는 신분제의 철폐나 과거제의 폐지 등 전통적인 사회제도 개혁안이 있는가 하면, 정치·행정제도 특히 군국기무처 자체의 조직과 운영 및 대외관계의 개혁, 그리고 동학 ‘비도(匪徒)’에 대한 대책 등을 다룬 정치적 성격의 개혁 내지 건의안도 많다.
규장각도서에 소장되어 있다.
의안은 대체로 민족주의·민주주의·평등주의 등 근대적 정치이상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중에는 친일·반민중적 성향의 것도 없지 않았다.
대외관계의 개혁을 다룬 의안은 청나라에 대해 자주 독립, 한글의 활용과 애국애족정신의 함양,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이권을 보호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본군의 대한(對韓) 진출을 호도하고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이권을 허여하는 등 일제에 대한 굴종성을 드러내는 의안도 있다.
사회적 성격의 의안 중에는 반상제도(班常制度)의 혁파, 노비 해방, 역인(驛人)·창우(倡優)·피공(皮工) 등 천인의 면천(免賤), 과부 재가의 허용 등 ‘혁명적’ 사회 개혁을 기약한 것이 있다. 나아가 일반 평민에게 정책건의권을 주고 선거에 의한 향회(鄕會)를 구성하자는 등 평등주의 내지 민주주의적 성향을 띤 개혁안도 있다.
반면, 반일 의병으로 재기한 동학농민군을 ‘유민(流民)’ 혹은 ‘비도(匪徒)’로 규정하면서, 선효유(先曉諭) 후탄압의 은위겸병정책(恩威兼倂政策), 혹은 선탄압 후효유의 강경책으로 진압할 것을 건의하는 반민족·반민중적 성격을 띤 정책건의안도 있다.
의안 중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정치·행정제도의 개혁안은 새로 집권한 친일개화파 세력의 정권추구 의욕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었다. 군국기무처는 국왕의 인사권·재정권 및 동병권(動兵權) 등에 제약을 가하고 대간(臺諫) 및 상소제도를 폐지하여 군권(君權)과 민권(民權)을 동시에 억압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원들 자신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의정부·8아문(八衙門) 및 경무청 등 정치·행정기구에 정치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권을 장기간 유지시키면서 그들 나름의 이상적 개혁을 추구하려 하였다. 의안에는 바로 이러한 군국기무처 의원들의 특수한 정치적 처지와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