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지은이는 광원군(廣原君) 이극돈(李克墩)의 후손으로 해남윤씨 종가로 출가하여 윤선도(尹善道)의 8대 종부(宗婦)가 된 부인이다. 『규한록』은 지은이 친필인 유일본이다.
내용은 이씨부인이 자녀를 생산하기 전에 청상의 몸이 되어, 해남윤씨 대종가 종부의 대임을 맡게 되면서 겪어야 했던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기록한 것이다.
대종가 종부의 임무란 원래 단순한 것이 아니지만, 이씨부인은 가세가 가장 침체해 있던 시기에 종부의 대임을 맡아야 했고,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종손을 택해서 입양을 시키고 종통을 잇게 하는 일들을 해내야 했다.
이 때에 가세가 침체했다고는 하지만 국부(國富)의 칭을 듣던 가산규모였다. 막대한 가산과 종사의 권한을 누릴 수 있는 종손의 자리를 놓고 서로 입양의 기회를 얻으려는 근친들을 물리치고, 멀리 충청도 서천에서 살고 있던 먼 친척 중 일곱 살 되는 윤주흥(尹柱興)을 양자로 택하였다. 윤주흥으로 하여금 종통을 잇게 하고 가산을 일으켰던, 외롭고 험난하고 어려웠던 여인의 길을 사실적으로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생활 뒷면을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인들의 의식구조와 사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당시의 어법(語法)을 알 수도 있는 자료이다. 섬세한 묘사와 독특한 수사는 국문학사상 특이하므로,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