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안씨집안의 조상, 곧 수호신의 본풀이이다. 이 신은 안씨 집안 부계로 모셔져 오다가 널리 분포되었으며, 나아가 어부·해녀의 수호신으로까지 기능이 확대되어 어업 수호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이 본풀이는 조상신을 위하는 굿을 할 때 심방(무당)에 의하여 불려진다. 현재 한 편이 채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순흥에서 안씨 삼 형제가 제주도로 들어와 각각 다른 마을에 살게 되었는데, 막내는 조천면 선흘리(현재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잡아 살았다. 그 뒤 그 후손이 조천면 조천리(현재 조천읍 선흘리)로 옮겨 부자가 되고, 큰 배 작은 배 수십 척을 부리니 안씨 선주라 불렸다.
이 때 제주에는 칠년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다 굶어 죽게 되었다. 제주 목사가 그 대책에 부심하던 차, 안씨 선주의 재산이면 제주 백성이 사흘은 먹고 남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안씨 선주를 불러 구휼을 요청하였다.
안씨 선주는 이를 쾌히 수락하고, 창고의 돈을 꺼내어 상선 중선에 가득 싣고 쌀을 사러 육지로 떠났다. 영암으로 배를 붙이고 쌀을 구하러 사방으로 돌아다니다가 나주 기민창의 쌀을 사게 되었다.
기민창의 3년 묵은 쌀을 모조리 사서 배에 가득 싣고 배를 띄우려는 순간, 갑사댕기에 머리를 땋은 아가씨가 배에 올라오는 것이 언뜻 보였다. 배 안을 찾아보았으나 아가씨는 찾을 수가 없었다.
제주 수평선 가까이 왔을 무렵이었다. 홀연히 광풍이 일더니 산 같은 파도가 밀어닥쳐 뱃전 밑에 구멍이 뚫려 배가 가라앉게 되었다. 안씨 선주는 하늘에 축수하고 제주 백성을 살려 주도록 빌었다. 그러자 커다란 뱀이 뱅뱅 서리어서 뚫린 배 구멍을 막아 배를 다시 떠가게 했다.
안씨 선주는 ‘조상님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배가 무사히 조천 포구에 닿자, 향불을 피워 들고 이 뱀신을 집으로 청하였다. 뱀은 안씨선주의 집으로 기어가 울 안을 돌아보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조천리 포구쪽 ‘새콧알’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안씨 선주의 꿈에 뱀신이 나타나, “나는 나주 기민창의 쌀을 지키던 신이다. 쌀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너의 집에는 내 몸을 감출 데가 없어 ‘새콧알’로 좌정한다. 안씨 선주는 상단골, 송씨 선주는 중단골, 박씨 선주는 하단골로 삼으니, 명절 때, 기제사 때, 그리고 1년에 한 번 철갈이굿을 하여 나를 조상으로 위하라. 어부·해녀를 차지하고 거부가 되게 지켜 주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안씨 집안에서 수호신으로 위하고 또 어업의 수호신으로 위하여 내려오게 되었다.
이 본풀이는 제주도에서 성행한 뱀신 신앙을 구체적으로 설화화한 서사무가의 하나인 동시에 절해고도인 제주도민의 해상 교통의 난관을 반영하여 준 구비문학으로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