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있는 당으로 바닷가 쪽 큰물머리라는 곳에 있다. 예전에는 초가로 된 큰 당집이 있어, 이 당의 매인 심방(당에 소속된 무당)이 당집에 살면서 당을 지키고 당굿을 해왔는데, 지금은 당집도 없어지고 매인 심방이 당을 지키는 일도 없어졌다.
이 마을은 본래 현씨(玄氏)와 부씨(夫氏)가 주로 살던 마을이어서 이 당의 상단골(上位의 信仰氏族)은 현씨와 부씨 집안이었는데, 차차 여러 성씨가 이주해와서 이 신을 위하게 되어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이 되었다.
예전에 매인 심방으로 하여금 당에 살게 하면서 당을 지키게 할 때에는, 현씨와 부씨 상단골집 안에서 그 매인 심방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즉, 추곡을 수확하면 상단골집 안에서 밭벼 한말, 조 한말, 콩 한말씩을 모아주고, 하곡을 수확하면 보리 한말, 밀 한말, 녹두 한말씩을 모아주었고, 채소류는 당 옆에 있는 큰물에 씻으러 갔다가 나누어주어 먹고살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본래 이름은 ‘심똘’이었다. 그래서 당신(堂神)의 이름도 그 지명을 붙여서 ‘심똘천신님’이라 한다. 이 당에는 심똘천신님 외에도 삼신선[山神仙]·삼백관[山百官]이 모셔져 있고, 또 송갑사(宋甲士) 따님아기가 모셔져 있다.
심똘천신님이나 삼신선·삼백관에 대해서는 자세한 본풀이가 전하지 않아 그 신격이 분명하지 않으나 천신과 산신의 다른 명칭인 듯하며, 이 마을사람들이 본래 수렵을 할 때의 생업 수호와 관련이 있는 신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송갑사 따님아기를 모시게 된 내력은 이 당의 본풀이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송갑사가 양태를 팔러 육지에 갔다가 딸에게 주려고 비단옷감을 사왔다.
그 때 마침 국상(國喪)이 나서 물색 옷을 입을 수 없게 되므로,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파묻어 숨겨두었다. 그런데 마침 송갑사 딸이 병이 나서 사경을 헤매므로 점을 쳐보았더니, 물색 옷감에 붙어온 신 때문이라고 하였다.
비단을 꺼내어보니 과연 붉은 뱀, 푸른 뱀, 검은 뱀들이 수없이 비단 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곧 큰 굿을 하여 이 뱀신을 위로하니, 송갑사 딸이 살아났다.
그 뒤로 송갑사 따님아기를 위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름은 송갑사 따님아기라 하지만 실은 송갑사 딸에게 병을 주었던 비단 속의 뱀신인 것이다. 이 당의 본풀이에는 부씨 할망이라는 매인 심방의 이야기도 있다.
즉, 이 매인 심방이 이 당에 살며 당신을 모실 때 도둑이 들어 매인 심방을 죽이고, 불에 타죽은 것처럼 보이려고 가슴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쌀과 무구(巫具)를 훔쳐가 버렸다.
현씨 상단골이 나서서 이 도둑을 잡아 복수를 해주었지만, 그 뒤부터 이 부씨 매인 심방의 영혼을 범한 죄로 앓는 환자는 가슴이 타는 듯 아프고 목에서 그을음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증세의 환자는 물색 옷을 만들어 이 당에 바치고 빌어야 낫는다고 한다. 이 당의 제일은 정월 14일, 2월 14일, 7월 14일로 과거에는 이 세 제일에 당굿을 크게 했지만, 지금은 각 가정에서 제물을 차려오면 심방이 간단한 축원을 해주는 것으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