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으로 ‘현씨일월당(玄氏日月堂)’이라고도 한다. 본래 이 마을 현씨 집안의 조상신이었는데, 그 신안이 확대되어 마을에서 당을 만들어 모시게 된 것이다.
당은 마을 안에 있는데, 30평 정도의 돌담 울타리 안에 생달나무·팽나무 등 10여 그루의 나무가 무성하다. 이들 나무 중 생달나무를 신목으로 하여 그 앞에 돌로 제단을 만들어놓았으며, 신목에는 색동저고리와 치마를 두세 벌씩 입혀놓고 있다. 이 신의(神衣)는 이 당에 굿을 할 때 단골들이 만들어다 입혀놓은 것이다.
본풀이에 따르면 이 당신의 이름은 현씨일월인데, 이 마을에 살던 현씨 집안의 남매였다. 이들 남매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누이는 무병(巫病)을 앓아 심방이 되고, 오빠는 어부생활을 하다가 파선이 되어 바다에서 죽었다. 굿을 하던 누이가 오빠의 죽음을 알고 봉수대에 올라 오빠를 부르다가 떨어져 자살하고 말았다.
이에 마을의 현씨 집안에서는 이 가련한 남매를 장사지내주고 그 영혼을 조상신으로 섬기니 집안이 차츰 번창해갔다. 그리하여 자연히 마을사람들도 같이 섬기게 되어 마을의 당이 되었다. 당 옆에는 현씨 누이가 떨어져 자살한 봉수대가 지금도 원형 그대로 있고, 당 옆 밭에는 지금도 현씨 남매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마을 동쪽 냇가에 있는 고첫당이라는 본향당에서 매년 마을제사를 지내는데, 마을제사가 끝나면 현씨일월당에 와서 제를 지내고, 또 9월 9일·19일·29일을 이 당의 제삿날로 정해서 마을 부녀자들이 모여 매인 심방의 당굿으로 지낸다.
현씨일월신은 현씨의 아들딸로 계승되어 모셔지는 조상신이므로 현씨 자손들의 번창과 더불어 이 신앙도 여러 마을로 확산되어갔다. 그래서 다른 마을에도 이른바 ‘가지 가른 당’이라는 현씨일월당이 만들어지게 되어 서귀포시 성산읍·표선면·남원읍 등지에 점점이 분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