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례리와 신례리의 수호신을 모신 당으로 이 두 마을은 본래 예촌이라 부르던 한 마을이었다. 당은 서귀포시와 남원읍의 경계인 효돈천(孝敦川) 부근의 속칭 ‘매역밧’이라는 곳에 있다. 커다란 신목(神木) 앞에 제단이 돌로 만들어져 있는 형태이다.
제일은 정월 8일, 2월 8일, 3월 13일의 1년 3회로 매인 심방(당에 소속된 무당)이 당굿을 해왔는데, 근래에는 당굿이 없어지고, 각 가정에서 제물을 차려오면 매인 심방이 개별축원을 해준다. 매인 심방은 밀양 박씨 집안에서 세습해 내려오는데, 현재 27대 세습이라 한다.
예촌 본향당의 신은 하로영산백관님[漢拏靈山百官]·강남천자도원님[江南天子都元帥]·칠오름도병서[都兵使]의 3위인데, 당굿을 할 때에는 이 3위의 신 외에 허 좌수(許座首)를 같이 위한다.
본향당의 본풀이에서의 내력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라산에서 솟아난 백관님과 강남천자국에서 솟아난 도원님과 서귀포시 상효(上孝) 지경의 칠오름에서 솟아난 도병서의 3위가 친구가 되어, 칠오름에서 바둑을 두며 놀고 있었다.
이 때 한라산의 백록담에서 솟아난 서귀포 보목본향당신(西歸浦甫木本鄕堂神)인 바라못님이 부인을 데리고 백록담에서 내려오다가 칠오름을 보니 3위가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라못님은 칠오름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고 바둑을 두어 형제를 가리기로 하였다. 바둑은 셋이서 훈수하며 두는 바람에 바라못님이 졌다. 형제가 가려지니, 형은 위쪽 마을을 차지하기로 하여 예촌당신이 되고, 아우는 아래쪽 마을을 차지하기로 하여 바라못님은 보목당신이 되었다.
예촌당신 3위는 마침 지나가는 밀양 박씨를 불러 “매인 심방이 되어 우리를 위하고 벌어먹어라.”고 하였다. 그래서 박씨가 세습으로 매인 심방이 되어 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하여 당신으로 모셔오는데, 정의(旌義)고을의 허 좌수가 말을 탄 채로 이 당 앞을 지나다가 말이 발을 절어 죽었다. 허 좌수는 “말고기 못 먹은 귀신이라.” 하고 말을 잡아 굿을 하라고 하였다.
굿이 진행되어가니 당에서 큰 구렁이가 꿈틀거리며 나오는 것을 보고, 허 좌수는 달려들어 죽이려고 하였다. 구렁이는 푸른 비둘기로 변하여 칠오름으로 날아 가버렸다. 그 뒤 어느 날 밤 갑자기 목사의 행차소리가 들려, 허 좌수는 목사를 마중하려고 행차소리를 따라 산야를 밤새껏 헤매었다.
그러자 예촌본향당신이 나타나 크게 꾸짖고 곤장을 쳐놓았다. 날이 밝아서 보니 목사행차가 있을 리 없고, 허 좌수는 유혈이 낭자한 채 죽어 있었다. 이 일이 있은 뒤 허 좌수의 영혼도 위로해야 한다고 하여 허 좌수에게도 상을 차려 위하게 되었다 한다. 이러한 전승이 있으므로 허씨 집안에서는 이 당을 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