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발음으로는 ‘일○당’이라 하는데, 당의 제일(祭日)이 매 7일(7일·17일·27일)인 데서 붙여진 것이다. 웃토산(지금의 토산1리)에 위치해 있으므로 알토산(지금의 토산2리)에 있는 여드렛당과 구별하기 위하여 ‘토산웃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서당’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어린아이를 차지한 당’이란 뜻으로, 당신(堂神)의 직능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당신의 이름은 ‘일뤠한집’·‘일○도’·‘일뤠할망’·‘서당할망’ 등 여러 가지로 불려지나 본명은 ‘신중또’ 또는 ‘신중부인’이다.
그래서 이 신의 본풀이도 ‘토산일○당본풀이’·‘토산웃당본풀이’ 또는 ‘신중또본풀이’라 한다.
이렛당신의 직능은 옴·부스럼·허물 등 각종 피부병, 각종 안질(眼疾), 어린아이의 경증·경세·이질·복통 등을 치료하여 육아를 맡고 있다. 이러한 직능의 근거가 그 본풀이와 의례 속에 나타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당신 백주또와 소천국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불효한 행동을 하므로 석함에 담아서 바다에 띄웠다. 석함은 바다 위를 떠돌다가 동해용왕국 산호수 가지에 걸리고 용왕국 막내딸에게 발견되어 내려졌다. 석함을 열어보니 영웅다운 사나이가 앉아 있었다. 이를 본 용왕은 천하명장인 줄 알고 막내딸의 배필로 삼았다.
그런데 이 사위가 식성이 하도 좋아 먹여 살리려면 용왕국이 망할듯하므로 사위와 딸을 석함에 담아 다시 바다에 띄워버렸다. 이 때 용왕의 막내딸은 앞으로 살아갈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용왕으로부터 주술주머니를 얻어 가지고 나왔다. 석함은 제주도에 표류하여 도착하고 부부는 송당리로 올라갔다. 때마침 시어머니 백주또는 콩을 불리고 있었다.
며느리인 용왕 딸은 주술주머니를 풀어 바람을 일으키고 콩깍지를 눈에 들어가게 하였다. 시어머니가 눈이 아파하니 부채로 부쳐 콩깍지를 빼주어 며느리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시부모는 끝내 같이 살 수 없을 것이니 토산리로 내려가서 단골을 정하고 당신이 되어 살라고 아들내외를 내보냈다.
부부가 토산리 서당팟으로 내려오는데, 부인은 한라산구경이나 하고 가려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목이 몹시 말라 돼지발자국에 괸 물을 먹었는데 이 때 돼지털이 코를 찔렀다. 이 털을 불에 그을려 먹었더니 돼지고기를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갔더니 남편이 돼지고기 냄새가 난다고 따지므로 사실을 말하였으나 돼지고기를 먹어 부정하다고 마라도로 귀양을 보냈다.
그리고는 ‘새로금상’을 후처로 맞아들였는데, 후처가 큰부인의 행방을 캐어묻고는 “그만한 일로 귀양보내서 됩니까? 귀양을 풀어오겠습니다.” 하고 마라도로 큰부인을 데리러 갔다. 큰부인은 아기 일곱을 낳아 살고 있었다. 후처는 큰부인에게 사실을 말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큰부인은 바닷가로 해물을 잡아먹으며 가고, 후처는 아기 일곱을 데리고 윗길로 가서 서당팟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아기 하나가 없어졌다. 후처는 큰부인에게 욕을 듣고 곧 아기를 찾으러 나섰다. 찾고 보니 아기는 띠밭 그루터기에 온 몸이 긁혀 피부병이 되고, 가시에 눈이 찔려 안질이 되어 울고 있었다. 우는 아기를 겨우 달래어 서당팟으로 와서 아기의 피부병과 안질을 고치고 이 아기들을 기르며 큰부인과 함께 이렛당신이 되었다.
이러한 본풀이에 근거해서 피부병·안질 치료와 육아의 신이 되었다는 것이며, 실제 당굿에서는 아기놀림이라는 장면을 벌인다. 아기놀림이란 위 내용의 본풀이를 노래한 뒤 인형아기를 업고 춤추며 짝짜꿍·죄암질 등을 하고 달래는 모습, 아기를 업고 방아찧기·삼 삼기·이 잡아주기·젖 먹이기·잠재우기 등 아기울음을 달래고 키우는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6월 7일·17일·27일과 11월 7일·17일·27일에 이러한 굿을 마을굿으로 벌여왔는데, 지금은 그 당도 없어지고 굿도 없어졌다. 그 대신 이 당의 신앙민인 단골들의 집안에서 굿을 할 때는 이 당신을 위한 굿을 하고 ‘아기놀림’을 연출한다.
「신중또본풀이」는 제주도의 대표적 당신화(堂神話)의 하나로, 바다로 표류하여 이주한 남성신과 용왕국의 여신이 결합하여 아들들을 낳고 이들이 당신으로 좌정하였다는 내용으로서, 제주도의 당신신앙이 수신신앙을 주축으로 형성되었고 여성이 중심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마을의 수호신들의 인척관계를 제시하고 있어 지역간의 친소(親疎: 친함과 친하지 않음)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토산리이렛당과 같은 기능의 이렛당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각 마을에 점점이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분포는 토산리를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확산된 결과인데, 이렇게 확산된 이유는 토산리여드렛당의 뱀신신앙[蛇神信仰]과 병행하여 전파되었다는 점, 피부병·안질·육아 등의 기능신이 과거의 도민생활에 실제로 필요하였다는 점 등을 헤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