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18면. 1956년 춘조사에서 ‘오늘의 시인 총서’로 발간하였다. 차례 다음에 “이 시집을 박준경형에게 드린다.”라는 헌사가 붙어 있다. 헌사 뒤에 발표연도 순으로 4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은 「토끼」·「아버지의 사진(寫眞)」·「달나라의 장난」·「헬리콥터」·「눈」·「폭포(瀑布)」·「서시(序詩)」·「광야(廣野)」·「꽃」·「사령(死靈)」 등 1948년부터 1958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잡지와 신문 등에 발표되었던 것을 추려 모은 것이다.
『달나라의 장난』은 김수영의 첫 개인 시집이자 초기 시를 마무리하는 시집으로, 이 시집에서는 바로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한계상황으로서 현실 사이의 갈등과 대결이 중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다. 한계상황으로서 죽음과 벽을 뛰어넘어 완전한 자아와 완전한 사회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벽을 넘어서는 과정은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나가야 할 운명과 사명”으로 인식되는 자기완성의 과정이며 동시에 사회적 완성에 이르는 혁명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흔히 참여시인으로 지칭되는 김수영이 다른 시인들과 구분되는 특징은 혁명을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영원히 계속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며, 인간의 완성과 사회의 완성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자의 시의 한 특징은 특정한 시어를 고집하지 않고 일상적인 언어를 그대로 시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어에 대한 고집은 시와 우리의 삶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며, 동시에 신문학 이래 지속되어온 외래사조의 모방으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삶과 현실에 맞는 시를 쓰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이 시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김수영의 시에 대한 사색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폭포」·「서시」·「눈」·「광야」에서 시는 대지와 더욱 밀착되어야 하고, 어둠 속에서 더욱 큰소리를 내는 폭포처럼 한계상황으로서 벽 앞에서 타협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곧은 소리를 내야 된다고 말함으로써, 1960년대 참여시론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