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12면. 1958년 춘조사(春潮社)에서 발간되었다. <신록 新綠>·<아버님 영전(靈前)에 듣는 말씀>·<바닷가에 나오면>·<눈>·<구름>·<무제 無題> 등 4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작자는 시는 감정의 솔직한 표현이며 동시에 건전한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그는 화조풍월(花鳥風月)류의 서정시와 모더니즘 계열로부터 구분된다.
그는 화조풍월류의 서정시가 전통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근대적인 지성을 겸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연발생적 길에서 답보상태만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모더니즘 시들은 감동의 언어적 처리의 정당한 길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보성에 대한 허영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여준다.
이런 입장에서 그의 시는 특정의 사조나 이념, 문학적 틀을 고집하지 않고, 인생사에서 마주치는 사물들에서 얻은 감동과 인생에 대한 깨우침을 다양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시를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인생 탐구라는 전제성을 지향하는 확고한 시세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인생론적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신록>에서 그는 인생이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오월의 나무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노래한다. <아버님 영전에 듣는 말씀>에서 인간이란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인 동시에 시공간적으로 무수한 인간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며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하나의 인간을 형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은 동시에 그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의 죽음과 소멸이라는 철학적 사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 전체에서 드러나는 그의 시 경향은 세계 속의 마주치는 사물들에서 얻은 감동과 인생에 대한 깨우침, 그리고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한편 한편의 시들이 모여 전체로서 인생에 대한 태도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