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 출생. 광주일고를 거쳐 전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수학하였다. 1974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고, 1977년 황석영(黃晳暎) · 정광훈 · 홍영표 · 윤기현 등과 농민운동을 전개하였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 선고를 받고 9년째 복역 중 1988년 12월 가석방으로 출옥하였다. 1991년 신동엽(申東曄) 창작기금을 수상하였다. 작자는 고은(高銀) · 신경림(申庚林) · 김지하(金芝河) · 박노해, 백무산 등과 더불어 1980년대 민족문학의 기수로 평가된다.
그의 시는 80년대 정치적인 탄압 때문에 잡지나 시집으로 나오기 전에 지하 출판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특이한 시인이다.
김남주는 그의 시 「시인이여」에서 암흑의 시대 시인의 일은 ‘침묵, 관망, 도피나 밑이 없는 한의 바다의 넋두리가 아니라 박해의 시대 가위눌린 악몽으로부터 잠든 마음을 깨우고 참을 일으켜 세워 둥둥둥 북소리와 함게 나가게 하는 것, 전투의 나팔소리, 압제자의 가슴에 꽂는 창’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그의 시는 이 땅의 독재와 싸우는 무기였고 한편으로 자기 자신과 일상에 안주하여 부정과 불의를 눈감으려는 소시민적 태도에 가해진 날카로운 채찍이었다.
그의 시는 외세에 의한 분단과 외세 의존적인 정치 권력에 의한 민중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을 주제로 한다. 이 점에서 1960년대 신동엽, 1980년대 민중시인들과 현실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기법이나 호흡, 특히 외부 세계에 대해서 강렬한 비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내부의 적에 대한 비판과 폭로를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역설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김수영(金洙暎)의 시와 유사한 면을 많이 지니고 있다.
1980년대 대부분의 민중시들이 형식면에서 하나의 구호에 가깝다면 김남주의 시는 그러한 민중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름의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반복, 패러디(parody), 풍자 등은 그 증거이다. 특히 식민지 시대 유행가 가사에서 김수영, 김소월(金素月)의 시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인들의 시구를 인용하여 텍스트 사이의 상호관련을 맺고 패러디하는 수법은 다른 한국 시인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예라 할 수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으로 『진혼가(鎭魂歌)』 · 『나의 칼 나의 피』 · 『조국은 하나다』, 시선집 『사랑의 무기』 · 『솔직히 말하자』 · 『마침내 오고야 말 우리들의 세상』 · 『학살』 · 『사상의 거처』 · 『이 좋은 세상에』가 있으며, 산문집 『시와 혁명』, 번역서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츠 파농) · 『아트 트롤』(H. 하이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