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소장. 1956년대구광역시 서구 비산동의 와룡산 기슭에서 발견되었으나, 매장문화재(현, 매장유산)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골동품상을 거쳐 분산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유구의 성격이나 유물의 종류는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유구 주위에 교란된 점판암 조각이 널려 있었다는 점으로 보아 같은 시대의 경주 조양동제5호무덤과 같이 구덩이 윗부분에 적석(積石)을 한 널무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물의 종류로는 동검 및 칼집부속구와 동모 · 동과 · 각형동기(角形銅器) · 일산살대투겁[蓋弓帽] · 호형대구(虎形帶鉤) · 칼자루끝장식[劍把頭飾]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안테나식 손잡이 장식이 달린 동검과 칼집부속구 · 동모(銅鉾) · 광봉동과(廣鋒銅戈) 등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국보로 지정된 칼집부속구의 칼집의 목질은 모두 부식되고 동검과 칼집에 장식되었던 부속금구만 남아 있다.
동검은 등날이 밑동[基部]까지 세워진 후기양식이며, 대나무마디모양 칼자루의 끝장식은 오리로 추정되는 두 마리의 물새가 머리를 돌려 마주보고 있는 특이한 형상으로, 새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긴 세모꼴의 구멍을 맞뚫어 놓았다.
이러한 물새모양의 칼끝장식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남러시아와 중국 동북지방을 거쳐 우리 나라에 들어온 안테나식동검의 편화(便化)된 형식으로 보인다.
동모는 투겁 입구에 한 줄의 넓은 돋을띠를 두루고 반원형 고리를 단 형식으로, 날끝 및 관부(關部)가 넓어진 중광동모(中廣銅鉾)이다. 고리의 구멍은 뚫려 있지 않고, 날도 둔탁하여 의기용(儀器用)으로 쓰인 것 같고, 배모양의 동모집장식[鉾鞘鍔金具]도 곁들였다.
이러한 중광동모는 김해 양동리와 고성 동외동에서도 출토되고 있으나, 일본에서 더욱 성행하여 광봉동모(廣鋒銅鉾)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 청동유물은 그 종류 및 수량으로 보아 여러 기의 무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경주 평리동, 대구 비산동 출토 청동유물과 비슷한 시기인 서력기원 전후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물새가 조각된 칼끝장식은 초기철기시대에도 청동기 제작기술이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