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 때 분리된 영국성공회의 한국 교구로, 1889년 9월 29일 주교 고요한(Corfe, C. J.)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예배와 풍습은 천주교와 유사한 부분이 있으나, 교리와 관행은 개혁교회의 성격을 띠는 교회이다.
천주교나 정교회처럼 주교제도의 전통을 지키고 있으나, 천주교와 같은 세계적 중앙기구나 헌장은 없다. 주교, 사제, 부제 등 호칭은 천주교와 같으나 성직(聖職)에 대한 상호 인정은 하지 않는다. 또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성공회중앙협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WCC) · 아시아교회협의회(CCA), 국내적으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참여하여 기독교 종파일치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천주교와의 일치를 위한 국제 성공회―로마 가톨릭 일치선교위원회( IARCCUM)를 구성하고 있다.
1885년 중국 선교사인 신부 울프(Wolfe, J. R.)가 2명의 선교단을 구성하여 부산에서 2년간 선교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영국의 켄터베리 대주교 벤슨(Benson, E. W.)이 영국 해군 군종신부인 주교 고요한을 보냄으로써 본격적인 한국선교가 시작되었다.
고요한은 1891년 3월 6일 서울 충무로에 선교본부인 ‘부활의 집’을, 또 5월 17일 낙동성당을 축성하였고, 인천 내동교회(內洞敎會)의 건립과 함께 1893년 강화도 선교를 개시하였다. 초대 선교사들은 성공회의 토착화를 위하여 한국문화 및 종교연구 · 사회복지활동 · 의료활동 등을 하였다.
1891년인천과 서울에 병원을 개설하였으며, 진천애인병원과 여주병원 등 병원개설은 전국적인 규모였으나 1940년경 일제의 기독교탄압으로 모두 폐쇄되었다. 또한, 출판활동으로 고요한이 인쇄전문가를 데려와 1891년 우리나라 두 번째의 영한사전 및 신앙관계 서적을 발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1914년 4월 30일 성직자양성기관인 성미가엘신학원을 세워 1915년 최초의 한국인 사제 김희준(金熙俊, 마가)이 서품되었다. 1916년 5월 11일 제1차 교구의회가 조직되어 대한성공회 교리와 전례(典禮)의 기본적 선언을 포함한 헌장과 법규를 의결하였다.
또한, 언더우드(Underwood, H.) · 게일(Gale, J. S.) 등이 벌이던 성서번역사업에도 참여하였다. 한편, YMCA창설에 참여하였는데 이것이 그 뒤 교회연합활동으로 발전하였다. 선교지역은 1923년부터는 평양, 1927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1931년 일제의 억압정책으로 교회부설학교 등이 폐쇄되었고, 1936년부터는 성직자들이 연행되거나 감시를 받았다. 1941년 주교 구세실(Cooper, C.)을 비롯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강제국외추방을 당하였으며, 성미가엘신학원은 자동적으로 폐쇄되었다. 그러나 대한성공회는 민족수난기에 민중에게 고난을 이길 소망의 복음전파로 교회의 기틀을 다졌다.
6·25전쟁 때는 공산군에 의하여 한국인 성직자 3명, 영국인 성직자 2명, 수녀 1명이 처형당하였는데, 이때 주교 구세실은 모스크바까지 납치되어갔다가 1953년 포로교환 때 풀려나왔다. 의료 · 출판 · 구호 · 교육 등이 중심이 되었던 초기 활동에 비하여, 1950년대 이후의 선교는 산업선교 · 학원선교 · 한국교회주체성확립 등에 역점을 두었다.
1955년에 취임하였던 주교 김요한(Daly,J.)은 태백산 광산촌에서 산업선교의 효시를 이루어 산업선교연합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1961년 동숭동 서울대학교 앞에 ‘성베다관’을 건립하여 학원선교활동을 폈다. 1965년 5월 27일 신부 이천환(李天煥)이 첫 한국인 주교로 서울교구장에 취임하였으며, 동시에 대전교구가 분할 창설되었다.
1974년 부산교구가 창설되고 2명의 새로운 한국인 주교가 선출되었다. 1991년 영국 캔터베리관구로부터 독립하여 독립 관구로 승격되었으며, 관구 밑에 3개의 대교구와 110여 개의 지역 교회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공회의 기본적 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수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을 통하여 계승되어오는 공번된 교회로서의 교리를 준수하고, 이의 근거가 되는 신앙고백은 니케아신경 · 성아타나시오신경 · 사도신경에 따른다.
둘째, 신앙과 도덕의 근원적 표준으로서 구약성경 39권과 신약성경 27권을 정경(正經)으로 하고, 성경의 해석은 그리스도가 설립한 교회의 전통적 해석에 따른다. 이밖에 신앙생활의 모범과 도덕의 교훈으로서 성경외전(聖經外典) 14권을 준정경(準正經)으로 삼는다.
셋째, 그리스도가 설립한 성사(聖事, Sacrament)를 굳게 지킨다. 성사는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여 은혜를 베풀고 섭리하는 형상과 표징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성세성사(聖洗聖事: 세례)와 성체성사(聖體聖事)이며, 이 두 성사는 예수가 복음성경을 통하여 형상을 나타낸 것이고, 십자가 위에서 흘린 피와 물을 통하여 표징한 것이다. 이 두 성사 외에 동서교회가 역사적으로 표징해온 다섯 가지 성사, 즉 견진 · 고해 · 신품 · 혼배 · 조병 성사가 있어서,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형편과 환경에 따라 받게 된다.
넷째, 성공회는 예수의 사도시대부터 교회에 계승되어온 규범을 교회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성공회는 지역적인 특성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모든 교회가 동일한 예식과 규범에 따를 필요는 없으나, 예식과 규범의 적절한 변화는 주교에게만 주어진 권한이다. 또한, 교회의 공동질서를 깨뜨리거나 인간의 양심을 괴롭히는 일은 금지하고 있다.
대한성공회의 선교이념은, ① 역사가 교회에 요구하는 사회정의와 인권, 인간화와 의로운 개혁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을 이념으로 정치 · 사회 · 경제 ·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하느님의 뜻을 증거함으로써 교회가 ‘선교를 위한 공동체’로서 연합하고자 노력하고, ② 주체적인 교회로서 세계의 모든 교회와 유대를 강화하며 신앙적 고백과 경험을 서로 나누는 ‘선교동역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③ 교회중심주의나 교파주의를 떠나서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증언하기 위하여 교회를 개방하고, 기독교의 타교파와의 일치운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타종교와의 대화도 모색한다는 것이다.
대한성공회는 서울 · 대전 · 부산의 3교구가 전국의회로 통합되어 있다. 전국의회는 2년마다 열리는 최고의결기구로서, 선교 · 교육 · 예전 · 대외관계 등 기본적인 선교정책을 다루고 있다. 또한, 지역적 특성에 따라 개방된 교회체제를 가지고 민주적인 교회조직을 이루고 있다. 적게는 교회로부터 지방선교 조직인 교무구와 교구가 모두 위원회 또는 의회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또 역사적 상황에 따라 독자적인 선교양식과 정책 아래 세계교회와 횡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성서의 교훈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주교직의 권위와 통일성 아래 교회는 다양성과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전국에 100여 교회, 약 5만 명의 신자가 있으며, 제5대 교구장으로 김근상 주교가 선출되었다. 부설기구로는 성공회대학교 · 사회복지관 · 나눔의 집 · 수도원 · 출판부 등의 기구와 관구행정을 담당하는 교무원이 있으며, 그 외에도 특수학교와 양로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