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에서 음소나 음절이 서로 그 위치를 바꿀 때, 그것을 각각 음운도치·음절도치라고 말한다.
이 도치현상은 동화(同化)·이화(異化)·중음생략(重音省略)·혼성(混成) 등과 더불어 통시적인 면에서 음운변화의 중요한 유형으로 취급되는데, 이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어진다.
대체로 이러한 언어변화의 현상은 언어 사용시의 잘못된 발음에 따른 것으로 취급하기도 하고, 간혹 이것을 음성변화의 규범으로 보고자 하는 학자도 있다. 또, 도치는 한 언어의 음성적인 면에서 특별한 연속음에 영향을 끼치는 규칙적인 변화로 보기도 한다.
이것은 스푸너리즘(spoonerism : 두 단어 이상의 머리글자를 각각 그 위치를 바꾸어 발음하는 언어현상)과는 구별된다.
국어의 예로는 흔히 ‘○복[臍]>○곱[pok>kop]’, ‘하야로비[鷺]>해오라비[aro>ora]’, ‘이륵이륵ᄒᆞ다[焰焰]>이글이글ᄒᆞ다[r○k>k○r]’ 등과 같은 음소도치 및 ‘시혹[或]>혹시’, ‘얼마[何]>마얼’, ‘반찬(飯饌)>찬반’ 등과 같은 음절도치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중세국어의 경우, 존경법의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 ‘-시-’와 시상(時相)의 선어말어미 ‘-더-’, ‘-거-’가 결합하여 ‘-더시-’, ‘-거시-’의 형태를 보이는 예와 이들이 서로 위치를 바꾸어 ‘-시더-’, ‘-시거-’의 형태를 보이는 예들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형태소(形態素) 도치에 해당하는 예이다.
방언·은어 등에서도 도치현상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동남방언(東南方言 : 慶尙道方言)에서 ‘딸깍질(딸꾹질)>깔딱질’, 학생 은어 및 소매치기 은어에서 각각 ‘선생(先生)>생선, 지갑(紙匣)>갑지’ 등이 그것이다.
도치의 원인은 일괄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대개 그 동기나 결과를 놓고 볼때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모든 언어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언어현상이다.
도치현상은 모든 개별 언어에서 대개 불규칙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아르메니아어(Armenia語)에서는 매우 규칙적인 예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 인접한 두 음소가 도치될 때에 그것을 인접도치(隣接倒置)라 하며, 서로 떨어진 두 음소가 도치될 때를 비인접도치(非隣接倒置)라 한다. 인구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문문에서의 도치는 통사론적인 것이다. →음운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