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필사본.
표지에는 ‘석범언음고(石帆諺音考)’라 되어 있고, 내제(內題)는 ‘언음첩고’라 되어 있으며, 상권의 첫째장에 ‘숭정사병오하오월시곡병부(崇禎四丙午夏五月詩谷病夫)’라 되어 있어 저자가 석범인지 시곡병부인지, 아니면 이 두 호(號)가 동일인의 호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석범이라면 그는 서염순(徐念淳)일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은 상하 2권이 1책으로 되어 있는데, 뒤에 <서명집해 西銘集解>가 합철되어 있다. 책의 앞에 서문과 비슷한 내용이 있고, 이어서 <언문원류 諺文源流> · <인거제서 引據諸書> 목차가 실려 있다. 한자어를 표제어로 하고 그 아래에 한글로 풀이하고 있다.
그 배열순서는 표제항에 따른 것이 아니라 풀이한 한글의 초성에 따른 것이다. 그 순서는 ‘ᄀᆞᄂᆞᄃᆞᄅᆞᄆᆞᄇᆞᄉᆞᄋᆞᄌᆞᄎᆞᄏᆞᄐᆞᄑᆞᄒᆞ녀뎌텨혀니디티히됴듀르’로 되어 있다.
우리말을 중심으로 하여 709개의 어휘를 배열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국어의 어휘를 일정한 배열순서에 의하여 배열한 것은 이 ≪언음첩고≫가 최초일 것이다.
상권의 끝에는 ㄷ종성고(終聲考)라 하여 ≪훈몽자회≫ · ≪동의보감≫ · ≪소학언해≫ · ≪사성통해≫에서 뽑은 ‘ㄷ’받침으로 끝나는 단어 67개가 실려 있고, 그 다음에 훈몽자회탁훈고(訓蒙字會濁訓考)라 하여 ‘ㅴ,ㅵ,ㅳ,ㅄ’과 같은 ㅂ계합용병서로 시작되는 8개의 단어를 싣고, 그 다음에 별수(別收)로 댱, 판, 탕의 음을 가진 국어단어 10개를 싣고 있다.
하권은 한자음에 대한 기록이 실려 있다. 그 앞에는 조선한자음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있고, 이어서 하권의 목차가 있다. 그리고 본문이 시작되는데, 하자류(下字類) · 상1류(上1類) · 나류(나類) · 뎌류 · 텨류 · 사자차 제음류(諸音類) · 고설음고(古舌音考) · 보류(補類)의 순서로 되어 있다.
모두 한자음을 한글로 쓰고 그 아래에 이 한자음을 가진 한자를 나열하였다. 그 뒤를 이어서 보유(補遺) · 홍무정운자모지도(洪武正韻字母之圖) · 훈민정음발성십칠자병성육자(訓民正音發聲十七字並聲六字) · 한어타자훈설(漢語佗字訓說)이 실려 있다.
이 책은 19세기 중엽의 국어 음운 변화를 다수 기록하고 있다. 즉, 방언에서는 ‘녀, 니’가 ‘여, 이’와 혼동되고, ‘ᄀᆞ, ᄂᆞ’ 등이 ‘가, 나’로 혼동되고 있다.
그리고, ‘뎌, 디, 텨’가 ‘져, 지, 쳐’와 구별되지 않으며, ‘혀, 히’가 ‘셔, 시’와 혼동되고 있다는 등의 기록이 보여 어두의 ‘ㅣ’모음 앞에서 ‘ㄴ’이 탈락하고, t구개음화 및 h구개음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 · ’가 비음운화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한글자모의 초성자 명칭도 기록되어 있다(ㄱ 기윽, ㄴ 니은, ㄷ 디○, ㄹ 리을, ㅁ 미음, ㅂ 비읍, ㅅ 시읏, ㅇ 이응). 한편, ‘ㅡ’와 ‘ㅣ’는 중성의 관려(關棙)라 하여 ‘가-그아, 갸-긔야, 거-그어, 겨-기여, 고-그오, 교-기요, 규-기유, 그-그으, 기-기이, 나-느아, 냐-니야……’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장서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