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서 모든 파생접사(派生接辭)와 굴절접사(屈折接辭)를 제거한 뒤에 남는 요소를 말한다. 그런데 공시적(共時的)으로는 어간(語幹)과 같이 굴절어미(屈折語尾)와 파생접사를 제거한 나머지 요소를 어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어근은 다분히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추출해낸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원적으로 같은 계통의 언어라고 믿어지는 언어들 중 각각 다른 모양으로 분기된 어기(語基)들을 고찰하여 핵심적인 의미 단위를 찾는 것이므로 동일계통의 어족(語族)에 대한 비교연구가 밑받침되어야 비로소 어근에 대한 정확한 예시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인구어(印歐語)의 경우처럼 비교적 정확하고 깊이 있는 비교연구가 이루어졌을 때 어근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이와같은 비교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계통의 언어에서 어근이라는 술어를 쓴다면, 자칫 어근이 어간을 지칭할 위험성이 있게 된다. 따라서 어근이라는 술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가령, 국어에서 ‘사람이 · 사람에게 · 사람을 · 사람보다……’들은 곡용어미(曲用語尾) ‘이 · 에게 · 을 · 보다’를 제거하면 ‘사람’만이 남게 되어 이것을 어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다시 ‘살다’라는 단어에서 어간 ‘살-’에 접미사 ‘-암’이 결함되어 형성된 단어임이 국어의 동계언어인 터키어 · 몽고어 · 만주어 등의 비교연구에서 입증된다면 ‘사람’의 진정한 어근은 ‘살-’인 것이다.
따라서, 국어의 경우도 알타이 제어(諸語)와의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비교연구가 이룩된 뒤에야 비로소 올바른 어근의 설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어근 자체가 어간이 되는 예들이 많다. 또, 어근이 그대로 직접 단어가 되는 것이 있어 이것을 근어(根語, root-word)라고 한다. → 어간, 어기(語基), 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