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뿔잔[角杯]은 큰 것이 높이 14.4㎝, 길이 17㎝이며 작은 것은 높이 12.1㎝, 길이 17㎝이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古墳群) 중 제7호분에서 출토되었다. 수혈식석곽분(竪穴式石槨墳)인 제7호분에서는 이 뿔잔 한 쌍 외에도 여러 형태의 토기와 철제장검(鐵製長劍) 등의 무기류, 금제세환이식(金製細環耳飾), 은팔찌, 구슬류 등의 장신구 등 많은 양의 유물이 함께 출토되었다.
이 뿔잔 2점은 크기는 서로 다르나, 전체적인 형태 및 제작 수법은 거의 동일하다. 즉 뿔잔의 밑부분 끝에 말머리를 빚어 붙이고 그 뒤쪽으로 조그만 다리를 2개 붙여 넘어지지 않게 하였다. 말머리의 전체적인 형상은 간결한 솜씨로 다소 거친 맛을 주면서도 귀·눈·코 등 말의 특징적인 표정을 잘 나타냈다. 뿔잔의 표면에는 조각도 따위로 깎아 다듬은 자국이 남아 있다.
뿔잔이라 함은 본래 쇠뿔과 같은 동물의 뿔[角]로써 만든 것을 말하지만, 넓게는 흙이나 금속 등으로 뿔잔의 형태를 본떠 만든 것도 포함시켜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야·신라 고분에서는 토제 뿔잔이 많이 출토되고 있으며, 대부분 배를 세우기 위한 받침대와 같이 출토되거나 대각(臺脚)과 함께 붙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예는 대부분 말, 사슴, 멧돼지 등 동물의 등 위에 하나 또는 두 개의 뿔잔이 올려진 형태이다.
말머리장식 뿔잔은 고대 그리스, 페르시아 등지의 리톤(rhyton)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사산조(Sasan朝) 이란의 토제 뿔잔과의 유사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뿔잔은 스키타이(Scythai)의 금제 조각품이나 중국 한대(漢代)의 무덤 벽화에 보이는 것처럼 술 또는 음료를 바치거나 마시는 데에 쓰였던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