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의 건립취지와 그 서원의 주인, 곧 주벽(主壁)으로 모시는 인물에 대한 추앙의 문장 등이 적혀 있어 일명 서원비(書院碑)라고도 한다. 당대의 인망이 높은 인사의 글을 받아 명필의 글씨로 새기는 것이 보통이다.
서원은 본래 선비들이 모여 강학(講學)하는 곳을 말하나 조선시대는 모든 학자들이 추앙하는 현인을 추모하는 곳이 되었다. 따라서, 서원을 설립하는 데는 반드시 뜻이 앞서고 여기에 모시는 주인공이 있어야 하며, 또 모든 유림의 뜻이 모아져야 했다.
이러한 여러 조건이 맞지 않으면 서원을 세울 수 없었다. 그러한 연유로 서원의 건립시에는 그 내력을 돌에 새겼는데, 이것이 바로 묘정비이다. 묘정은 본래 천자가 군신(群臣)을 모이게 하는 곳으로서의 ‘묘정(廟廷)’과 같은 뜻으로, 묘(廟)는 선조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지내는 집을 일컫는다.
따라서, 묘라 하면 묘원 또는 묘당을 대표하게 되었다. 묘는 공평한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사로운 것에 반대되는 뜻도 있어, 일반적으로 사(私)와 공(公)의 개념으로 볼 때 공적인 것을 내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원이 선비들의 강학하는 곳으로 국한되지 않고, 현인을 모시고 제사 지내면서 그 현인을 추앙하는 묘원의 성격을 곁들이고 있으면서 묘당으로서의 권위가 묘, 곧 향교와 대등하였다. 때문에 여기에 세우는 비를 묘정비라 하여 격을 높였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원비라고 하여 모두 묘정비라 일컫는 것은 아니며, 어떤 것은 ‘서원비(書院碑)’ 또는 ‘서원기적비(書院紀蹟碑)’·‘서원기(書院記)’ 등의 명칭을 붙이고 있으나 문장의 형태는 비슷하다. 다만 일부 사림(士林)들이 모여 세우는 소규모의 서원인 향현사(鄕賢祠)의 경우는 묘정비를 세우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