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은 보편적인 의미의 문학이라는 개념과는 그 속성이 구별된다.
민족문학은 민족 전체의 삶의 의미와 그 역사적 조건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민족의 삶에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국 문학에서 민족문학에 대한 관심과 그 논의가 역사적인 차원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이다. 개화 계몽시대의 지식인들은 문학을 통해 봉건적인 질서에 대응하는 새로운 삶의 요구를 대변하기도 했으며, 침략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민족적 저항의식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 정신의 변화는 곧바로 새로운 시대의식을 형상화할 수 있는 문학형식의 전환을 초래하여, 민족문학으로서의 요건과 그 방향에 대한 자각과 인식을 심어 주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민족문학운동은 일제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반봉건적인 시대정신과 민족적 자기 인식을 문학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데까지는 전개되지 못한다.
민족문학의 방향과 그 지표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1945년 해방과 함께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모든 반민족적인 문화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민족국가의 수립을 계기로 민족문학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북 분단의 비극과 6·25전쟁의 혼란을 겪는 동안, 민족문학의 개념마저 변질되기 시작한다. 민족 전체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 전개 과정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면서 민족문학의 논리를 정립시키기 위한 노력이 다시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 따라 사회계층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정신문화가 위축되었으며, 특히 군사독재정치에 의해 민족의 주체적인 생존과 그 구성원 대다수의 삶의 균형이 절대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민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의미를 추구하면서 그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문학을 통해 제기되면서 자연스럽게 민족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문단의 핵심적인 담론으로 자리잡게 된다.
1970년대의 민족문학 논의는 민족의 현실과 역사적 조건에 대한 문학적 자기 인식과 그 확대를 통해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기왕의 민족문학에 대한 접근 태도와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기왕의 민족문학은 문학의 민족적 고유성과 특수성을 문제삼거나 문학의 보편성과 본질 문제를 민족의식과 연결시켜 논의하고자 하는 일종의 표현론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을 통해 그 민족적 독자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났으며, 민족적 정서와 감각의 불변성을 문제삼기도 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의 민족문학은 민족의 주체적인 생존을 중시하고 그 역사의식의 문학적 형상성을 문제삼음으로써 민족 전체의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추구하는 일종의 가치론적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1970년대의 문단에서 이루어진 리얼리즘론·제3세계 문학론·농민문학론·민중문학론 등은 모두 민족문학의 실천적인 논리이면서 동시에 그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