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우화에 속하며, 한자어로는 ‘편복지역(蝙蝠之役)’ 또는 ‘편복불참(蝙蝠不參)’이라고 한다. 문헌설화와 함께 구전설화도 널리 전해진다.
문헌설화는 『기문』과 『순오지』에 실려 있는데, 『순오지』에는 ‘박쥐구실’이라는 속담을 풀이하는 형태로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설화가 당시에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새들끼리 봉황을 축하하는 잔치에 박쥐만 빠졌다. 봉황이 박쥐를 불러놓고 “네가 내 밑에 있으면서 어찌 거만할 수가 있느냐?”고 꾸짖었더니, 박쥐가 “나는 네발 가진 짐승인데 너같은 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고 하였다.
그 뒤 기린을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져 네발짐승들이 다 모였으나 박쥐만이 오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 또 꾸짖었다. 그러자 박쥐는 “나는 이렇게 날개가 있는데 네발짐승들의 잔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 보였다.
각편에 따라, 이런 행동을 한 결과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 다시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결말이 첨가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유형은 『이솝우화』에도 실려 있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설화로 알려져 있다. 이 설화는 박쥐라는 동물의 생태에 관한 유래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책임감 없는 기회주의자들에 대하여 비판을 가하고 있는 풍자적 내용의 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