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처녀가 생명을 구해 준 중을 따라 불도를 닦으며 일생을 함께 지냈다는 보은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이 산의 한 절에 수도를 하는 젊은 중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중이 불공을 드리고 있는데 범 한 마리가 나타나 으르렁거리며 자꾸만 목을 비비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중이 범의 입 안을 잘 살펴보았더니 목에 큰 비녀 하나가 걸려 있었으므로 손을 넣어 비녀를 빼내어 주었다. 범은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다음날 중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범이 여자를 마루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중은 범에게 나쁜 짓을 하였다고 호통을 친 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방안에 옮겨 간호하여 깨어나게 하였다. 여자는 혼인을 앞둔 양가의 처녀로서 저녁에 뒷간에 갔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그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처녀를 본가에 데려다주었지만 여자는 혼인하지 않고 자기를 구하여 준 중을 따라 불도를 닦으며 일생을 보내기를 간절히 소원하였으므로, 어버이도 하는 수 없이 허락하였다.
중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처녀와 의남매를 맺고 함께 불도를 닦으며 일생을 깨끗하게 지냈다. 이를 기념하고자 각자 탑 하나씩을 세웠는데 뒷날 사람들이 이 두 개의 탑 이름을 오뉘탑으로 불렀다.
각 편에 따라 중이 여자의 본가에 무사함을 기별하려고 하였을 때 여자가 자기를 구하여준 이는 중이니 평생 중을 따라 불도를 닦을 것을 간청하면서 기별하는 것을 거부한 경우도 있고, 어버이가 중의 은혜에 감사한다며 딸과의 혼인을 권유하자 중이 거부하였지만 딸이 한사코 중을 따라 수도할 것을 주장하였다는 경우도 있다.
이 이야기는 불완전하나마 범이 여자를 데려옴으로써 생명을 구해 준 중의 은혜를 갚으려 한 앞부분과, 범에게 엎혀 온 여자가 소생하도록 간호하여 준 중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함께 수도하였다는 두 개의 중첩된 보은담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 귀결은 세속적인 삶을 넘어선 불도 수행을 지향함으로써 일반적인 보은담과는 구별되는 구도적인 내용으로 승화되어 있다.
이 설화에서 보여 주고 있는 이러한 보은의 형태는 중의 도력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과 여자가 행한 불도의 수행이라는 결말은 중이 베푼 은혜와 여자의 보은의 내용이 육신적 생명 구제를 넘어선 깨달음의 실천으로 향하여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설화의 의미 지향은 곧 불교적인 가르침의 제시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