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래담은 식물이 현재의 형태와 이름을 가지게 된 유래에 관한 설화이다. 구전설화로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설화의 구성은 어떤 사람이 어떤 사건 때문에 죽거나 병들어 식물이 되었다는 식이다. 식물유래담은 식물의 형상과 이미지에서 명칭을 유추하게 한다. 구부정한 할미꽃은 식물의 형상이 명칭의 직접적 동기가 된다. 변하지 않은 사랑의 이미지는 백일 동안 붉게 피어 있는 백일홍으로 설명한다. 이는 자연물의 형상과 유래를 인간의 삶으로 설명하려는 관점을 반영한다. 식물 유래담은 현대문학의 다양한 소재적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식물이 생겨나게 된 원인, 지금과 같은 특정한 모양이나 명칭을 지니게 된 이유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변신담에 속한다. 문헌설화보다는 구전설화로 널리 전해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야기 구성 방식은 단순사건에서부터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본격설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대부분 해당 식물이 생겨난 유래를 밝히고 그로 인해 얻게 된 형상 때문에 지금의 명칭이 생겨났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때로 다른 유형의 설화 속에 식물 형상의 유래에 관한 언급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해와 달의 유래와 함께 수숫대가 빨간 이유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야기의 구성은 모두 어떤 사람이 어떠한 사건 때문에 죽거나 병이 들어 식물이 되었다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째, 식물의 형상이 명칭의 직접적 동기가 되는 경우이다. 할미꽃이나 며느리밥풀꽃 등의 유래담이 대표적인 예이다.
할미꽃은 딸을 찾아가 의탁하려다가 박대받자 쓰러져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할머니의 혼이라고 하는데, 흰 털과 굽은 허리 등이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붙여졌다. 며느리밥풀꽃도 혀 끝에 밥풀을 물고 내미는 듯한 형상이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된 원인일 것이다.
둘째, 식물의 형상이 지닌 이미지에서 명칭이 유추되는 경우이다. 백일홍이나 봉숭아 · 동백꽃 · 철쭉꽃 · 상사화 등은 꽃의 모양이나 빛깔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추상화한 사건을 연상시키며, 명칭 또한 이러한 연상을 통해 붙여진 것이다.
연인을 기다리다 죽은 여인의 장렬함과 변하지 않는 사랑의 자세를 백 일 동안 지지 않고 붉게 피어 있는 백일홍으로 설명하거나, 절개를 지키다 죽은 여인의 단심을 철쭉꽃의 붉은빛으로 연상하는 것이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식물의 생리를 서로 그리워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연인의 사이로 설명하는 상사화의 유래나,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는 실걸이꽃이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당긴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형태에서 유추된 설명이다.
나무가 서로 얽혀 있는 형상으로 된 것을 상사나무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식물유래담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죽은 사람이 식물로 변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일은 대개가 일상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대부분 가난한 삶의 조건으로 설정된다.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록 가족끼리라고 해도 인간 사이의 따스한 정을 나누기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거기에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서 빚어진 문제도 하나의 이유를 제공한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홀로 된 늙은 친정 어머니를 모실 수 없는 딸들의 경우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의 조건이 열악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식물유래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사랑이나 그리움의 감정을 투사하여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생존의 문제 못지않게 사랑의 문제도 인간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것이다. 백일홍 · 동백꽃 · 해당화 등의 유래에서는 그와 같은 강렬한 사랑과 그리움을 붉은 꽃으로 응축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자연물의 형상과 유래를 인간적인 삶의 문제로 설명하려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야기 향유층이 인간의 문제를 다룬 설화에서는 물론 식물과 같은 자연물에서까지 그들 자신의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투사하여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그 내용에는 그들의 열악한 생존조건이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이 유사한 형식의 동물유래담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나라의 설화 향유층이 인간의 삶의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고 자연물을 대할 때도 자기 현실과의 관련성 아래 진지하게 성찰하는 현실적인 자세를 견지하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식물유래담은 「실걸이꽃」 · 「수련」 등의 현대소설을 비롯하여 많은 시인의 시 등 현대문학의 다양한 소재적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 심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