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우화의 하나로 지략담(智略譚)에 속한다. 문헌과 구전설화가 전해지며, 문헌설화는 『기문(奇聞)』에 ‘교토탈화(狡兔脫禍)’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옛날에 수토끼 한 마리가 곰의 굴에 들어갔더니 어미 곰은 밖에 나가고 어린 곰만 있었으므로, 토끼가 새끼 곰들에게 말하기를, “너의 어미가 있었다면 내가 마땅히 교접하였을 텐데 없으니 애석하다.”고 하였다. 어미 곰이 돌아오자 새끼 곰들이 이 말을 전하니 화가 난 어미 곰이, “산의 임금인 호랑이도 우리보다 뒤로 꼽는데, 하물며 토끼 따위가 어찌 감히 나를 욕하는가? 다시 온다면 삼킬 것이다.” 하고 숲 속에 은신하였다. 얼마 뒤 토끼가 다시 와서 곰의 새끼에게 똑같은 수작을 하므로, 곰이 곧 뛰어나가니 토끼가 놀라서 우거진 나무 사이로 달아났다. 곰은 몸이 커서 칡과 등나무 사이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자 토끼는 이때다 하고 도리어 뒤로 달려들어 어미 곰을 범하고 달아나면서, “내가 네 신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였다.
『기문』에 실린 「교토탈화」에는 토끼가 곤경에 빠졌다가 벗어나는 삽화들이 계속된다. 토끼는 독수리에 채었다가 모래섬에 던져져 굶어 죽게 되었는데, 마침 가까이에 자라가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고, 계교를 내어 자라의 화를 돋우어 자라들을 불러 모아 그 등을 밟고 물을 건넜다. 그러나 사냥꾼이 친 올가미에 걸려 화를 입게 되자 쇠파리를 화나게 해서 알을 슬게 한 뒤 죽은 체하니, 사냥꾼이 보고 썩은 줄 알고 버렸으므로 토끼는 살아나 달아났다는 설화이다.
이 유형은 토끼가 교활한 꾀로 자신보다 훨씬 강한 곰을 농락한 뒤 몇 차례 닥쳐온 죽음의 위기를 계교로써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삽화가 반복되는 경우, 토끼의 임기응변적인 술수가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지닌다. 토끼의 지혜는 「구토설화(龜兔說話)」 이래로 민간설화에 매우 자주 나타나는 모티프이다. 이 유형은 곰의 우둔한 용력과 토끼의 지혜가 대비되면서, 힘보다는 지혜가 보다 우위에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