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박씨가 된 것은 인형을 박(瓠)으로 만든 데서 유래한 것이며, 인형의 인격화를 위해서 첨지를 붙여 박첨지가 된 것이다. 박첨지는 봉건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거덜이 난 전형적 서민형으로, 몸은 늙었으나 마음은 허해서 가정을 버리고 팔도유람하면서 젊은 첩을 얻기도 한다.
박첨지는 바람기와 역마살이 끼어서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를 못하지만, 가창과 시와 유머가 있는 방랑인이다. 그는 세속적인 것을 혐오해서 양반에게 고통도 당하지만 별로 겁내지도 않는다. 즉 그는 영원한 자유인이며 또 탈속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도 세월과 함께 늙어갔고, 삶의 고통과 고독이 쌓여가 결국 불교로 귀의한다.
꼭두각시놀음의 끝장면인 건사(建寺)는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박첨지는 아픈 체험을 통해서 인생이란 한갓 덧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한국서민의 모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