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바탕에 담채(淡彩). 세로 30.1㎝, 가로 35.8㎝. 개인 소장. 한쌍의 벽오동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선비를 주제로 다루는 벽오청서(碧梧淸暑)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종종 그려졌다.
18세기의 대표적 남종문인화가(南宗文人畵家)인 강세황이 그린 이 그림은 중국의 화보인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에 실려 있는 명나라 심주(沈周)의 같은 주제의 그림을 방(倣)한 것이다. 즉, 화보에 실려 있는 심주의 「벽오청서도」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기화(自己化)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합리적인 구성, 여유있는 공간의 설정, 아름답고 세련된 설채법 등에서 심주의 작품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서 18세기의 우리나라 문인화가들이 중국의 남종화를 수용함에 있어서 진작(眞作) 못지않게 화보를 많이 참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벽오청서의 주제는 정선(鄭敾)의 「인곡유거도(仁谷幽居圖)」에서 보듯이 이미 강세황 이전에 우리나라 남종화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자유롭게 구사되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이 주제는 조선 말기에도 여전히 그려졌음이 허련(許鍊)의 「벽오청서도」에 의해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