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이른봄[早春], 늦은 봄[晩春], 이른 여름[初夏], 늦은 여름[晩夏], 이른 가을[初秋], 늦은 가을[晩秋], 이른 겨울[初冬], 늦은 겨울[晩冬]의 여덟 장면을 여덟 폭의 화면에 표현한 그림으로 사계팔경도(四季八景圖)라고도 한다.
대체로 화첩(畫帖)이나 병풍에 그리는 것이 상례였다. 이처럼 사계절의 경치를 여덟 폭으로 표현하는 것은 산이나 경치, 또는 자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항시 다르게 보인다고 하는 고래(古來)의 화론(畫論)에 의거한 것이다.
봄에는 날씨가 따뜻하고 아지랑이가 일며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므로, 온화하고 부드럽고 곡선적인 필법으로 그린다. 반면에 겨울에는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오며 나무들은 낙엽이 져서 앙상한 모습이므로, 거칠고 강한 필묵법을 구사하여 묘사하는 것이 상례이다.
봄과 겨울 사이의 여름은 녹음이 짙고 물이 많으며 때로는 비가 오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가을은 달을 감상하거나 쓸쓸하고 스산한 자연으로 묘사되었다. 구도면에서는 이른봄과 늦은 봄, 이른 여름과 늦은 여름, 이른 가을과 늦은 가을, 이른 겨울과 늦은 겨울이 둘씩 대칭을 이루며 넓은 공간감을 시사하였다.
사시팔경도는 조선시대를 일관하여 크게 유행하였고 현대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왔다. 조선 초기에는 안견(安堅)의 작품으로 전칭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사시팔경도」가 가장 유명하다.
사시팔경도는 조선 초기에는 안견파화풍으로 그려졌고, 중기에는 절파계(浙派系)화풍으로, 후기 이후에는 남종화풍으로 그려졌다. 따라서 사시팔경도는 그때그때의 화풍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변천하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