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병은 부인의 생식기 질환이나 여성호르몬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질병이다. 임신·분만에 관한 병과 합쳐서 산부인병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 하여 여성 인형을 만들어 환부를 지적해 진료했다. 또한 의녀제도를 두어 부인에 대한 간단한 의료, 산부인과적 치료 등을 실시했다. 우리나라 한방에서 부인병에 관한 내용은 『향약집성방』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현대에서 여성의 생식기 질환은 외음부염증, 임질, 자궁의 섬유근종, 자궁의 폴립, 자궁암, 자궁내막증, 난소의 종양 등이 있다.
대체로 산병(産病)과 합쳐서 산부인병이라고 하지만, 임신 · 분만을 제외한 부인에 관한 병만을 부인병이라 한다. 우리 나라는 남성이 여성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 하여 여성인형을 만들어서 상류계급의 여성이 자기 병의 환부를 지적할 때에는 인형을 사용하였다.
또한 남성이 직접 여성을 치료하는 대안으로 의녀제도(醫女制度)를 두어 치료에 임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정신에 젖어 있었다 하더라도 병이 생겨 위급하게 되면 남자 의원에게 보이고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종실(宗室)의 처자와 같은 지위의 사람은 남의(男醫)의 진료를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그대로 있다가 생명을 잃는 일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의녀제도를 두어 부인에 대한 간단한 의료, 산부인과적 치료 등을 실시하였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여성의 생식기질환은 외음부염증, 임질, 자궁의 섬유근종(纖維筋腫), 자궁의 폴립(polyp), 자궁암, 자궁내막증, 난소의 종양 등이 있다.
① 난소종양:주기적인 월경, 임신 · 수유 및 여성적인 외모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난소가 세포분열하여 커지면서 혹으로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혹은 대체로 양성이나 간혹 악성인 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난소의 혹에는 종류가 많으며 양성과 악성으로 대별된다. 양성종양으로는 위점액성낭종 · 장액성낭종 및 유피낭종 등이 있고, 악성종양으로는 위점액성선암 및 과립막세포암 등이 있다.
② 난관염:대장균 · 임균 · 포도상구균 · 결핵균 · 연쇄상구균 등 각종 세균이 질에서 경관 및 자궁을 통해 침입하여 난관에 염증을 일으켰을 때 생긴다.
③ 골반복막염:자궁의 양측 난관 및 난소 · 직장 및 대장과 그 장간막 · 방광 등 골반 내에 있는 각종 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④ 자궁근종:자궁의 근육이 이상증식하여 생기는 양성종양인데, 자궁암과 달리 치명적이지는 않다.
⑤ 자궁내막증:자궁의 내막이 자궁 이외의 장소에서 발육되고 증식되는 것으로, 즉 정상으로는 자궁내강(子宮內腔) 표면을 덮고 있는 내막이 자궁근육 속으로 파고 들어가 혹을 만드는 것을 자궁선근종이라 부르는데, 자궁을 멀리 떠나 난소 · 나팔관 · 골반 내 복막에 있는 것을 자궁선근종과 구별하여 자궁내막증이라 한다.
⑥ 자궁경관폴립:자궁경관의 내막이 부분적으로 증식을 하여 튀어나와 있는 것을 말한다.
⑦ 자궁 위치의 이상:자궁이 정상적인 위치를 갖지 않는 모든 경우를 말한다. 자궁이 아래로 처져 있는 것을 자궁하수(子宮下垂)라 하고, 하수보다 더 처져 질구 밖으로 빠져나온 것을 자궁탈출이라 한다. 한편, 뒤쪽으로 구부러진 것을 자궁후굴(子宮後屈)이라 하는데, 이와 반대로 자궁의 발육이 부족한 때에는 강한 자궁의 전굴이 생기며, 좌나 우로 기울어진 것을 자궁우좌경이라고 한다.
⑧ 기능성자궁출혈:종양이나 염증 및 임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부정출혈을 말한다. 배란은 되면서 출혈하는 경우와 배란 없이 출혈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우리 나라 한방에 있어서 부인병에 관한 것은 『향약집성방』에 상술되어 있다. 즉, 조경문(調經門) · 붕루문(崩漏門) · 부인제병문(婦人諸病門) · 여음문(女陰門)으로 나누어져 설명되어 있다.
또한 산과질병(産科疾病)으로 태교 · 임신 · 좌월(坐月) · 산난(産難) · 산후(産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로 송나라 진자명(陳自明)의 『부인양방대전(婦人良方大全)』을 인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부인조에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오나 주로 산과학(産科學)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부인병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월수불통(月水不通):혈고(血枯)를 이르는데, 어릴 때에 혈상(血傷)으로 월경이 전혀 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월수는 월경을 뜻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월화(月花)라고도 하였다.
② 월수불리(月水不利):오늘날의 과소월경(過小月經) 또는 희발월경(稀發月經)에 해당된다.
③ 월수부단(月水不斷):오늘날의 과다월경(過多月經)에 해당된다.
④ 붕루(崩漏):부인 생식기의 이상분비증을 말하는데, 단순히 대하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보다 강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누대(漏帶)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⑤ 혈붕(血崩):대체로 자궁출혈을 뜻하고, 혈루(血漏)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⑥ 적백대하(赤白帶下):붉은 빛의 대에 소변이 뿌옇고 음액이 하얀 백대하가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⑦ 음정탈출(陰挺脫出):자궁이 탈(脫)하는 것 또는 질 안이 번(翻)하는 것, 그리고 자궁 안이 번하는 것을 말한다.
⑧ 부인팔가(婦人八瘕):여기에서 가(瘕)는 배 안의 적괴물(積塊物)을 이르는데, 팔가(八瘕)에는 황가(黃瘕) · 청가(靑瘕) · 조가(躁瘕) · 혈가(血瘕) · 지가(脂瘕) · 고가(孤瘕) · 사가(蛇瘕) · 별가(鱉瘕) 등이 속한다. 이들은 부인의 뱃속에 생긴 각종 종양 또는 종창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⑨ 부인적년혈징괴(婦人積年血癥塊):난소낭종과 자궁근종류를 가리키고 있다. 이들 질병 외에 『향약집성방』을 비롯한 의서에는 부인음종(婦人陰腫) · 부인음양(婦人陰痒) · 부인음창(婦人陰瘡)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나라 한방의서에서의 부인병은 서양의 그것과 분류를 달리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부인질병과 어떻게 대응되는 지도 거의 밝혀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