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며 일명 ‘부정거리’ 또는 ‘부정풀이’라고도 하는데 대개 굿의 맨 처음에 한다. 부정은 청정(淸淨) 또는 신성과 대립되는 말로 우리 나라 민속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정을 타고 동티가 오른다는 것은 질병과 재앙을 겪는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제 때에 제일이 정해지면 신당과 우물 등 제장 주변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서 외부의 출입과 잡귀의 범접을 막고 금욕과 근신을 하면서 경건한 자세로 제의에 임한다.
그러나 이렇게 조심을 한다 해도 부정이 완전히 막아진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굿을 하기 앞서 제장에 신들이 좌정하기 전에 다시 한번 부정굿으로 깨끗이 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부정굿을 예로 들어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작은 소반에다 떡·전·과일·나물 등 간단히 제물을 차리고 청수 세 그릇을 놓는다. 청수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 것과 재를 넣은 것, 고추가루 또는 소금을 넣은 것을 준비한다.
무당은 제상 앞에 앉아 장구를 치면서 무가를 부른다. “시위를 하소사 앉아서 본 부정 서서 들은 부정 마루 넘어 오든 부정 재 넘어 오든 부정”과 같이 사람의 실수로 들어온 부정이나 외부에서 들어온 부정을 나열하고 굿하는 시기와 장소를 고한다.
이어 호구·영정·말명·영산·상문 등 부정한 일을 담당하는 신들을 불러서 기원한 다음 청수그릇을 들고 신칼로 물을 찍어 제장 안팎에 뿌린다. 소지(燒紙)를 올린 뒤 신칼을 던져 부정이 가셔졌는지 여부를 점친다. 이때 칼끝이 집안 안쪽으로 향하면 부정이 가셔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집어서 칼끝이 바깥으로 향할 때까지 던진다.
부정굿의 진행과정은 일정한 것은 아니고 지역에 따라서 약간씩의 차이를 보인다.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에서는 무녀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신 칼로 제장에 뿌리고 짚단에 불을 붙여 굿 당 안을 둘러낸다. 역시 신칼점을 쳐서 부정이 가셔졌는지 여부를 본다.
제주도에서는 ‘새다림’이라고 부르는 제차에서 굿 청의 잡귀들을 물리고 부정을 가신 뒤 신들을 청해들이게 된다. 무가의 내용이 부정을 가셔낸다는 의미는 같으나 육지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황해도 지역에서도 초부정굿으로 굿청의 부정을 가신 뒤 신들을 청해들이는 초가뭉굿을 하고 평안도 역시 물을 뿌리고 소지를 올린 뒤 청배거리로 들어간다.
이처럼 부정굿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물이나 때로는 불로써 부정을 가셔내고 부정이 가셔졌나를 알아보기 위하여 신칼점을 치는 과정는 공통적이다.
무속의 신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굿청의 부정을 가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례이다. 그러나 부정굿의 또 다른 기능은 부정한 현실공간을 정화시킴으로써 신성한 제의의 공간으로 질적 변화를 일으켜 성역화 시키는 데 있다.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