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으로 마을의 서쪽, 속칭 오막개라는 곳에 있다. 모셔진 신은 남신 ‘백주노산주’와 여신 ‘전수물 일뤠할망’ 부부 신이다. 당은 8평 정도의 슬레이트집으로 되어 있는데, 그 집 안 서쪽 벽에 제단을 만들어 부부신의 신체(神體)를 모시고 있다.
신체는 50㎝ 높이의 나무토막에 비단을 씌우고 그 위에 장옷을 입혀 앉혀놓았다. 남자 신체에는 푸른 색 장옷을 입혔고, 여자 신체에는 붉은 색 장옷을 입혀 나란히 앉혔다. 이렇게 부부 신을 당집 안에 같이 모신 것은 1950년대의 일이고, 그 전에는 따로 당이 있었다. 즉, 남신인 백주노산주당은 마을의 남쪽 안가름이라는 곳에 있었고, 여신인 일뤠할망당은 동북쪽에 있는 전수물이라는 곳에 있었다.
모두 큰 팽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삼아 그 앞에 돌로 제단을 만들고 돌담을 둘러놓은 형태였다. 이렇게 부부 신이 다른 당에 좌정하게 된 유래는 그 본풀이가 설명해준다. 즉, 부부 신이 가믄머들이라는 곳에서 내려와 이 마을의 본향당신이 되었는데, 어느 날 부인이 반찬을 마련하려고 꿩 사냥을 다니다가 목이 말라 돼지발자국에 괸 물을 빨아먹고 돌아왔다.
남편인 백주노산주가 돼지고기 냄새가 나 부정하다고 하며 전수물로 가서 따로 좌정하라고 내쫓았다. 그래서 부인은 전수물 팽나무 아래로 가 좌정하고 믿고 받드는 사람의 옴·허물 등 피부병을 고쳐주어 매월 3·13·23일, 7·17·27일에 제의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따로 좌정했던 부부 신을 마을에서 당집을 짓고 한곳에 옮겨 모신 것이다.
이 본풀이에서 볼 때 남편신은 본향신으로 쌀로 만든 제물, 이른바 정결한 음식을 먹는 신인 데 반해, 부인신은 피부병신으로 돼지고기, 곧 부정한 음식을 받아먹는 신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당제를 할 때 부인신인 전수물 일뤠할망에게는 돼지고기를 제물로 올려왔는데, 당집을 지어 같이 모신 뒤부터는 남편신의 식성을 따라 돼지고기를 올리지 않고 있다.
당제는 정월 15일에 신과세제, 2월 15일에 영등제, 10월 15일에 시만국대제를 마을굿으로 크게 해왔었으나 근래에는 이들 굿이 없어지고, 정월 15일에 마을부녀자들이 모여 심방(무당)을 빌려 소규모의 기원제의만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