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를 일명 ‘작은집’이라고도 하며, 이것은 본가, 즉 ‘큰집’에 대칭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제도는 큰아들이 부모를 모시고 집을 계승하며 둘째아들 이하는 결혼 후 조만간 살림을 나가 분가를 하였는데 이것을 장자직계가족제도(長子直系族制度)라 한다. 이러한 가족제도에 따라 상속제도도 특색을 갖는데 이것을 장자우대불균등상속(長子優待不均等相續)이라 한다.
이것은 예컨대, 집안의 재산이 토지 12마지기이고 삼 형제가 있을 경우, 큰아들에게 6마지기를 주고 둘째아들과 셋째아들에게 3마지기씩을 주는 것이다. 큰아들에게 보다 많은 재산을 주는 것은 큰아들이 시부모(侍父母), 즉 부모의 시중을 들고 봉제사(奉祭祀), 즉 제사를 받들고 접빈객(接賓客), 즉 손님을 접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아들은 결혼한 뒤 부모와 동거하여 집을 물려받고 이른바 큰집, 즉 본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둘째 이하의 아들은 결혼한 뒤 부모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물려받고 조만간 살림을 나가는데 이들이 이룩한 집을 작은집, 즉 분가라 한다. 둘째아들 이하의 아들이 분가하는 조건과 시기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가산이 넉넉한 집에서는 둘째 이하의 아들이 결혼하고도 오래 부모와 동거하다가 늦게 분가를 하였고,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는 일찍 분가시켰다.
또한 옛날에는 분가의 시기가 늦었고 요즈음에는 빨라졌다. 분가의 시기를 결정하는 조건은, 둘째 이하의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가 집안의 풍속을 충분히 익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고 또한 재산을 나누어줄 여유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둘째 이하의 아들들이 10년 이상을 큰집에서 살고 분가를 하였다.
분가할 때 중요한 것이 부모로부터 재산을 받는 것이다. 둘째 이하의 아들은 위에서 본 재산상속제도에 따라 토지의 일부를 물려받는다. 그리고 부모는 이들에게 거처할 집을 장만하여주는데, 원칙으로 말하면 부모는 분가하는 아들의 안채를 지어주고 분가한 아들은 몇 번 저축하여 자기의 힘으로 바깥채를 지어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집이 많지 않아 여유가 있으면 집을 지어주거나 집을 사서 주었고 여유가 없으면 방을 얻어 분가시켰다. 살림이 가난하여 둘째아들 이하에게 상속시킬 재산이 없으면 솥 하나를 주어 나가라 한다. 말하자면 솥을 달리하면 한 식구가 아니라 다른 식구가 되는 것이니, 이에 따라 분가를 분연(分煙)이라고도 한다.
재산을 나누어 갖고 거처를 달리하여 별도의 취사단위를 형성한 분가는 완전한 의미에서 독립된 가족을 형성한 것이다. 사회적 의미에서나 경제적 의미에서 분가는 본가로부터 독립된 단위이다. 다만 분가는 동생의 집이고 본가는 형의 집이며 부모가 계신 집으로서 부자간·형제간의 정서적인 유대를 가질 뿐이다. 그러나 본가에는 분가에 없는 조령(祖靈)이 있기에 분가는 본가에서 거행하는 제사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분가는 종교적 의미에서 본가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분가의 특색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에는 분가가 없어 비교할 수 없지만 일본의 분가제도와는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본가가 토지의 일부를 소작하게 하고 소작인을 분가라 한다. 따라서 일본의 본가와 분가는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이며 여기에는 혈연관계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가란 형제들이 이룩한 집이기 때문에 본가와 분가와의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가와 분가라는 용어를 한국과 일본이 같이 쓰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분가는 본가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룩한 것이기 때문에 둘째 이하의 아들이 있는 한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고, 그 수는 둘째 이하의 아들의 수만큼 있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본가와 분가는 계약관계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그 수는 본가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오늘날 호적제도상 분가할 경우 자동적으로 분가한 새로운 주소지가 새 본적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