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흙이나 금속을 이용해 만든 쇠뿔처럼 생긴 그릇. ‘각배(角杯)’라고도 한다. 짐승의 뿔을 이용해 만든 뿔잔은 쉽게 썩기 때문에 그 실물이 전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흙이나 금·은과 같은 금속을 이용해 만든 뿔잔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알려져 왔다.
동북아시아 쪽에서는 스키타이(Scythai)무덤에서 껴묻거리로 쓰인 예가 많다. 중국 고전에서는 치(觶)·고(觚)·각(角) 등 짐승의 뿔과 관련된 그릇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서는 서기전 약 5000∼4000년경에 해당하는 신석기시대의 이른 시기에 부산 동삼동(東三洞) 유적에서 흙으로 빚어 구운 뿔잔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동기시대에 사용된 뿔잔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역사시대에 들어오면서 주로 낙동강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가야지방에서 비교적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 시대의 뿔잔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부산광역시 동래구 복천동(福泉洞)고분에서 발견된 것과 경상도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복천동 출토 뿔잔은 2점으로 하나는 높이 12.1㎝, 입 지름 7.5㎝의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높이 14.4㎝, 입 지름 8.5㎝로서 약간 더 크다. 2점 모두 뿔잔의 아랫부분이 위로 약간 휘어져 올라가면서 그 끝에 말〔馬〕머리가 조각되어 있고 몸통 중간부분에는 짧은 다리를 2개씩 붙여 잔 전체가 세워지도록 고안되어 있다.
잔의 표면은 거칠게 깎아내면서 다듬었으나 말머리의 조각은 비교적 정교하고 말의 특징을 잘 살려주었기 때문에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경상도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지는 뿔잔은 깔때기모양의 받침대 위에 네모난 판을 대고 그 위에 돼지를 올린 다음 돼지의 몸에 뿔잔을 기대어 세운 특이한 모양을 한 것이다. 전체 높이는 24.6㎝, 입 지름 3.6㎝ 크기이다.
이와 같은 뿔잔은 일상생활용품으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매장의식 등 특수한 의례에만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