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법률적 형식에 따라 성립되는 법률혼(형식혼)주의에 대립하는 개념이다. 오늘날 문명국의 대부분은 법률혼주의를 채용하고 소수의 국가가 법률혼주의와 종교혼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며, 사실혼주의를 채용한 나라는 없다.
혼인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이며, 그것은 사회에 의하여 정당성이 승인된 남녀의 결합관계이므로 그 성립에는 사회에 의하여 어떤 형태로든지 승인이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혼인은 항상 공시방법으로서의 의식을 거행하고 향연을 베풀었으며, 아무런 의식이 없는 단순한 야합(野合)과 같은 사실혼 또는 무식혼(無式婚)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혼인성립의 방식은 사실혼과 요식혼(형식혼)으로 나뉘고, 요식혼은 다시 법률혼 또는 민사혼과 의식혼(儀式婚)으로, 또 의식혼은 종교적 의식혼(종교혼)과 습속적 의식혼으로 세분할 수 있다. 사실혼주의라 함은 실은 무식혼주의가 아니라 무식혼과 의식혼을 포함하는 뜻으로서의 사실혼주의로 이해해야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고대로부터 남녀의 결합이 자유로웠으나 씨족이나 이웃에 공시하기 위하여 일정한 의식절차를 밟았으며, 여말선초에 ≪주자가례 朱子家禮≫가 수용되면서 납채(納采)·문명(問名)·납길(納吉)·납폐(納幣)·청기(請期)·친영(親迎)의 육례(六禮)를 갖추어 예식을 거행하는 의식혼주의였고, 국가는 따로 법률로써 등록과 같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았다.
육례를 갖춘다는 의식의 의식(意識)은 오늘날까지 습속 속에 계승되고 있는데 1923년 7월 1일부터 법률혼주의로 전환하여 현행 <민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법률상의 요건과 절차(신고)를 갖추어야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거치지 않아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결합형태를 사실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혼이라고 하더라도 혼인의 의사와 실체는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하며, 단순한 불륜관계 내지 야합과는 구별된다. 사실혼의 당사자들은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어느 일방의 자의적인 사실혼 파기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며, 서로 법정상속권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자녀도 혼인중의 적출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학설과 판례는 사실혼에 대하여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혼인의 효력은 인정하고 있다. 즉, 서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지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일상가사에 관한 대리권과 일상가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 등을 인정한다.
한편, 사실혼관계에 있는 각 당사자는 <가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에 사실상혼인관계 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조정이 성립되거나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법률상의 혼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법률혼주의의 수미일관한 관철을 할 수 없고, 사실혼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민법> 이외의 특별법령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같이 보호함으로써 법률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공무원연금법>·<군인연금법>·<사립학교교원연금법>·<선원법>에서는 사실상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배우자로 보아 각종 유족연금 등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