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규범 ()

사회구조
개념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해 특정 공동체 내에서 받아들여지고 공유되며 강제성과 함께 처벌의 자체 집행적 성격을 갖는 행위 규준.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사회 규범은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들의 행위를 통제하거나 상호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행위 규준(rules of conduct)이다. 이는 강제적 성격을 지니며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을 공동체 구성원들 스스로가 집행한다는 자체 집행(self-enforcement)의 특성을 갖는다. 사회 규범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는 인류 초기의 간단한 소규모 집단부터 복잡한 대규모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회 규범의 구체적인 내용과 작동 방식은 해당 사회의 역사적 형태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정의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해 특정 공동체 내에서 받아들여지고 공유되며 강제성과 함께 처벌의 자체 집행적 성격을 갖는 행위 규준.
개설

인간이 본성상 ‘사회적 동물’로서 존재하는 한, 개인들 간의 집단적 협력과 행위의 상호 조정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며 사는 한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는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느 사회에서나 행위에 대한 규범적 룰(rules)이 있기 마련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행위의 룰 혹은 그것의 일반 원칙을 우리가 만일 ‘노모스(nomos)’라고 지칭한다면 이 노모스는 어느 면에서 ‘사회’에 선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Hayek, 1973: 95).

사회 규범의 두 가지 특성

사회 규범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행위 규준들 중 하나이다. 사회적 관례 및 관행, 도덕률, 법 규범 등 여타 행위 규준들과 사회 규범을 구분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 규범의 두 가지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규범적(normative)’이라는 말에서 보이듯 사회 규범은 강제적인 성격의 행위 규준이다. 즉 규범은 행위들의 단순한 상호 조정(coordination) 차원을 넘어서서 구성원에게 ‘~을 하라’ 혹은 ‘~을 하지 말아라’ 식의 강제적인 압박을 갖는다. 이러한 사회 규범 및 법 규범은 모두 강제 구속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행위의 상호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관례 및 관행 유형의 규준과 구분된다. 강제적 구속이 개입된다는 점은 개인들이 정해진 규범적 규준에서 만일 위반 시에도 발각되거나 처벌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 규준으로부터 벗어날 개인적인 동인(incentive)을 갖는다는 점을 말한다. ‘도둑질하지 말라.’라는 규범적 규준은 만일 가능하다면 타인은 그 규준을 따르게 하고 자신은 마음대로 위반하는 것이 개인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규준 위반의 동인을 억제하기 위해 강제적인 성격이 나오게 된다.

한편, ‘도로 오른편으로 운전하라.’는 규준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는 행위의 상호 조정이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는 오른편, 일본에서는 왼편으로 운전한다. 공동체 내에서 만일 타인들이 오른편으로 운전하기로 약속한다면 나로서도 그를 어길 동인은 거의 없다. 즉, 상호 조정의 규준에서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룰을 준수할 이유가 커지며, 따라서 한번 사회적 약속이 정해지면 그에 대한 강제적 집행의 필요성도 낮아지게 된다. 정해진 규준에 대한 개인들의 동인 부합의 문제가 크냐 작냐에 따라 우리는 법 및 사회 규범이라는 ‘규범적 규준’과 관례 및 관행이라는 ‘상호 조정적 규준’으로 나눌 수 있다.

둘째, ‘도둑질하지 말아라.’가 도덕률이라면 ‘도둑질하면 처벌받을 것이다.’는 규범적 규준이다. 사회 규범과 법 규범 모두 규준 위반에 대한 명시적인 처벌 기제를 갖는다. 그런데 사회 규범을 법 규범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그 처벌이 별도의 ‘제3자’에 의해 이루어지느냐 아니냐의 여부이다. 근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체계화된 법 규범은 법을 만들고 바꾸거나 법을 집행하고 처벌을 관장하는 기관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법 규범의 경우를 우리가 ‘제3자 처벌’이라고 한다면, 사회 규범의 처벌은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담당하는 ‘자체 집행(self-enforcement)’이 된다. 사회 규범의 구체적인 처벌 기제에는 ‘눈에는 눈’과 같은 동해 보복(lex talionis), 친족 단위의 복수의 규범(vendetta), 추방(ostracism) 등 물리적인 종류부터 뒷말(gossip)이나 따돌림을 통한 사회적 평판의 훼손과 호혜적 관계의 단절 등까지 다양하게 포함된다.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

이 자체 집행의 측면은 사회 규범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 간의 사회적 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전근대 단순 사회의 맥락에서 사회적 관계는 단순한 문화적 교류의 의미를 넘어서 정치 및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적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의 훼손이나 단절은 구성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친족 단위의 보복, 따돌림과 사회적 고립 등의 처벌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처벌에 가담하는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관계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해당 공동체가 작고 폐쇄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연결망의 촘촘하고 닫힌 정도(‘closure of network’; Coleman, 1990: 275)가 처벌의 실효성과 함께 사회 규범의 효과를 담보한다. 사회적 관계의 성격이 보다 이질적이고 대규모로 되는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강제적 규범이 기존의 ‘사회 규범 기반 기제(norms-based mechanism)’에서 ‘공식 법 기반 기제(laws-based mechanism)’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관계의 구조와 성격은 해당 사회가 처한 역사적 및 정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리고 해당 사회가 추구하는 문화적 및 초월적 가치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사회 규범이 비록 ‘살인하지 말라.’와 같은 범문화적인 요소도 포함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 다르게 되는 이유이다. 한편 이질적 관계들을 포괄하는 근대국가의 성립과 함께 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에서 행위 기준을 처리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법 규범이 보편적 원칙에 따라 ‘형식화’되고 ‘합리화’(Weber, 1968: 654-8)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사회 규범의 기능과 역기능

규범과 관례는 기본적인 사회 질서를 만들고 사람들 간의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Durkheim, 1984). 특히 개인들이 선의를 갖고 사회적 관계에 임하며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호혜성의 규범’은 사회 내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비록 사회 규범의 내용이 시대마다 문화권마다 다 다르지만, 해당 사회의 맥락에서 보자면 일정한 정도의 합리적 존재 이유를 갖는다. 사회적 약속에 개인의 동인을 부합시킨다는 면에서 사회 규범은 사회 질서와 협력이라는 공공재(public goods)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하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회 규범의 순기능이 갖는 근본적인 제약을 감안해야 한다. 사회 규범의 내용과 집행은 언제나 해당 사회의 정치 경제적 및 상징적 권력의 불평등을 일정한 정도 반영하게 마련이다(‘권력 하중적 합의’; Coleman, 1990: 53). 이 점은 근대적 관점에서 혹은 보편 윤리적 관점에서 과거의 규범 사례들을 평가할 때 비합리적이거나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분적, 인종적, 성별 차 등을 정당화하는 수많은 규범들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들이다. 사회 규범과 특히 현대의 법 규범에는 분명 합리적인 측면, 즉 사회의 효율을 높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규범이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개선에 저해가 되는 측면 또한 있으며, 따라서 규범의 평가에는 해당 사회의 맥락과 해당 사안의 이념적이고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 규범이 단지 해당 사회 구성원들이 비성찰적이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 규범의 몇 가지 쟁점들

사회 규범은 개인적 가치나 태도와는 다른 것이다. 때로는 규범의 내용이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개인 가치와 일치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고, 또한 그러한 내면적 일치가 규범, 법, 관례 등의 사회적 규준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예의, 에티켓, 적절한 존칭과 어법 등은 사회적 관행이나 규범이 오랜 기간 개인에게 습관화하여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상의 규준들이다. 그러나 개인들은 또한 구체적인 일상의 상황에 따라 ‘예의’와 ‘존대 또는 하대’ 등의 행위 기준들을 선택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대다수가 법규를 지키고 있지만, 그 이유가 대다수가 법규들을 ‘심리적으로’ 내면화했기 때문은 아니다. 규범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회적 규준은, 비록 심리적 내면화의 측면을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적으로 ‘집단적’ 수준의 현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 환원은 사회 규범의 이해를 흐지부지 덮어 버리게 된다.

비록 분석적인 목적을 위해 관례 및 관행, 법 규범, 사회 규범, 도덕률 등을 구분했지만 역사적으로 이들 행위 규준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한 동일한 내용이 어떤 형식을 취하는지도 계속 변화해 왔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규준은 과거 폐쇄적 공동체 맥락에서는 효과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이었지만, 대규모 현대사회의 맥락에서 불효는 법적 처벌이 아닌 도덕적 권면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자의적인 기준에서 시작된 식사 절차상의 관례는 점차 ‘식사 예절’이라는 구속력을 갖게 되었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불과 얼마 전까지 사회 규범으로 제약되는 사안이었지만 이제는 법적 규제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개인 프라이버시나 젠더 관련 사회 규범들도 빠르게 법적 영역으로 전환되는 사안들이다. 개인들의 다양하고 즉발적인 사회적 관계와 거래들을 모두 미리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규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다.

실정법은 비공식적 규범이나 관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표지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법 적용은 일반적 성격의 법규가 특정 사례에 적용될 때 불가피하게 생기기 마련인 틈을 기존의 상례, 도덕, 사회 규범 등을 감안해 이루어지게 된다. 즉, 사회 규범과 법 규범 간에는 일정한 정도의 긴장 관계를 갖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매우 단순화해서 사회 규범을 논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회 규범은 단일한 현상이 아니다. 보통 개인들에게 사회 규범은 하나가 아니라 한 ‘세트’로 온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규범과 관례, 법규들의 혼재는 개인에게 갈등 상황과 함께 전략적 선택의 여지도 만든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장 여성에게 ‘좋은 엄마’의 규범과 ‘좋은 직장인’의 규범은 늘 일치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개인이 다수의 이질적 공동체에 속하면서 다수의 사회적 역할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경향성은 개인에게 여러 행위 규준들 간의 능동적 선택의 측면(agency)을 강화하고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Hart, H. L. A., The Concept of Law.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61)
Weber, Max, Economy and Society. (New York: Bedminster Press, 1968(1925))
Hayek, Fridriech, Law, Legislation, and Liberty, Vol. I.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3)
Durkheim, Emil, The Division of Labor in Society. (New York: Free Press, 1984(1893))
Coleman, James, Foundations of Social Theory. (Cambridge, MA: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1990)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