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算盤占[산판점]’으로도 표기하기도 한다. 점구는 천문(天門)·상잔(床盞)·산대(算臺)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은 지름 6㎝ 내외의 엽전 모양으로 된 놋쇠제품으로 중앙에 네모난 구멍이 있고, 그 표면에 한자로 천지일월(天地日月), 또는 천문일월(天門日月) 혹은 천지문(天地門)이라 새겨져 있다.
그 형태로 보아 엽전의 모양을 따 만든 듯하고, 하늘의 신성한 돈이라는 뜻에서 ‘천문’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하다. 상잔은 지름 4㎝ 내외, 깊이 1㎝ 내외의 놋쇠제품으로 술잔 모양이다.
상은 산(算)의 음변으로 ‘점(占)’의 뜻이 있고, 잔(盞)은 술잔의 의미로 곧 ‘점치는 잔’이라는 뜻의 말이다. 산대는 지름 11㎝ 내외, 깊이 1㎝ 정도의 접시 모양의 것으로 ‘점치는 잔의 대’라는 말이다.
이 산대 위에 천문 두 개와 상잔 두 개를 올려놓아 이것을 한 조로 하여 산판이라 총칭한다. 이 산판을 가지고 점치는 것을 산판점이라 하는데, 이 점은 신칼점과 병행하여 모든 무의(巫儀)에서 행해진다.
산판점의 기원과 유래는 제주도 무가 〈초공본풀이〉에 나타나 있다. 여기에 산판·신칼·요령을 일컬어 삼멩두라 부르는 내력이 밝혀져 있고, 그것이 어떻게 심방과 관계되는가를 알게 한다.
그 점법은 심방이 천문 두 개와 상잔 두 개를 산대에 올려놓아 오른손으로 들고, 청신(請神)에서의 신의 하강여부, 송신(送神)에서의 신의 귀환여부, 잡귀의 구축여부, 운수의 길·불길 등 신의를 물으면서 천문과 상잔을 지면에 던져놓는다.
그래서 그것들이 각각 어떻게 엎어지고 자빠지느냐의 상태를 보고 판단한다. 천문과 상잔은 각각 2개씩이므로 그 엎어지고 자빠지는 상태는 9종류가 나오는데 그 각 상태에 대한 해석·판단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가문공사 : 상잔 하나가 엎어지고 나머지 상잔 하나와 천문 두 개가 모두 자빠진 상태를 가문공사라 한다. 이 괘는 운수 판단에는 가장 길함을 나타내고, 청신할 때는 신령이 즐거이 하강함을 의미하지만, 송신할 때는 그 반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의미한다.
② 양도막음 : 상잔 두 개는 엎어지고 천문 두 개는 자빠진 형태를 양도막음이라 한다. 이 괘는 운수를 점칠 때는 불길함을, 청신할 때는 신궁의 문이 열리지 않아서 하강하지 않음을 의미하나, 송신할 경우의 점에서는 신령이 잘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액막이의 점에서는 액을 잘 막아줄 것을 의미하여 길한 것이 된다.
③ 질산 : 상잔·천문 모두가 자빠진 것을 질산이라 한다. 이 괘는 청신할 때의 점에서는 신궁의 문이 잘 열려서 신령이 하강한 것을 의미하지만, 송신할 때의 점에서는 신령이 돌아가지 않는 것을 의미해서 불길한 것이 되고, 운수를 점칠 경우는 반길 반흉이다.
④ 군문 : 나머지 여섯 가지의 형태는 모두 군문이라 한다.
그 각각의 형태마다 해석에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인 공통점은 청신할 때의 점에서는 신궁의 문이 닫혀 하강하지 못함을 의미하고, 송신할 때의 점에서는 잘 돌아간 것을 의미하며, 운수를 점칠 때는 불길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점의 해석법은 매우 복잡한 것 같으나, 정리하고 보면 천문과 상잔의 자빠짐은 문의 열림을, 그것들의 엎어짐은 문의 닫힘을 상징한다.
이 열림과 닫힘의 상태에 따라 신령의 하강여부, 귀환여부, 잡귀의 퇴산(退散)여부, 운수의 길·불길 등을 연상, 연결을 생각하는 원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산판점 외 천문만 가지고 점을 치는 일도 있다.
바다에서 익사한 영혼을 위무하는 무혼굿 때 시체의 행방을 탐지하려고 천문을 시체의 상징으로 삼아 물그릇에 떨어뜨려 알아내는 것과, 성주풀이 때 건물의 좌향(坐向;자리의 등진 방위의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방향)의 길흉과 집터의 좋고 나쁨을 알아내려고 천문을 자석판의 상징으로 삼아 점치는 것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