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론은 『주역』의 괘에 나타난 형상과 변화에 대한 역이론(易理論)이다. 『주역』을 연구하는 방법에서 상(象)은 역(易)의 괘상(卦象)을 연구하는 것이며, 수는 수리(數理), 이는 의리(義理) 즉, 윤리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상수역은 역전(易傳:十翼)에서 발원하여 음양오행설의 성행과 자연법칙을 중시하는 한대(漢代)의 기풍에서 나온 사상 체계이다. 한대의 상수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하고 철학성을 부여하여 상수학으로 체계화시킨 인물이 송나라 소옹이다. 상의 전형이 음양의 효(爻)와 그 효로써 이루어진 팔괘(八卦)이다.
『주역』을 연구하는 데는 상(象) · 수(數) · 이(理)의 세 가지 입장이 있다. 상은 역(易)의 괘상(卦象)을 주로 하여 연구하는 것이며, 수는 수리(數理), 이는 의리(義理), 즉 윤리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수역(象數易)의 대표적 저술로는 소옹(邵雍)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를 들고 있으며, 의리역(義理易)으로는 정이(程頤)의 『역전(易傳)』을 든다. 상수와 의리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가지를 종합한 저술로 주희(朱熹)의 『주역본의(周易本義)』를 들 수 있다.
상수역은 역전(易傳 : 十翼)에서 발원(發源)하여 음양오행설의 성행과 자연 법칙을 중시하는 한대(漢代)의 기풍 속에서 나온 사상 체계이다. 대표적 인물로 맹희(孟喜) · 경방(京房) · 비직(費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납갑(納甲) · 동효(動爻) · 괘변(卦變) · 호체(互體) 등의 방법으로서 독자적인 역학을 이루었는데, 나중에는 단학(丹學)이라든지 술수(術數) 등에 빠져 『주역』의 본의(本意)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여 의리역을 제창한 사람이 왕필(王弼)이다. 정이는 이러한 왕필의 입장을 계승하여 『역전』을 저술하였다.
송대에 한대의 상수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하고 철학성을 부여하여 상수학(象數學)으로 체계화시킨 인물이 소옹이다. 그리고 한대 역학과 소옹 · 채침(蔡沈) 등 송대 역학을 총 집대성하여 송대 상수역의 결정체를 이룬 것이 주희의 『역학계몽(易學啓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현전(現傳)의, 괘효(卦爻)로 표현된 역리의 상수적 근거가 되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가 정착되어, 이른바 도십서구적하락상수론(圖十書九的河洛象數論)이 성립하게 되었다.
상수의 관념은 춘추시대에 이미 나타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15년 조에 보면 “거북이는 상(象)이고 서(筮)는 수(數)이다. 사물이 생겨난 뒤에 상이 있게 되고 상이 있은 뒤 번다(繁多)하게 되며, 번다하게 된 뒤에 수가 있게 된다”고 하여 상과 수를 점복(占卜)과 관련시켜 유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상 개념의 성립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것이 한비자(韓非子)의 「해로(解老)」편이다. 여기에서 한비자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코끼리[象]를 보는 기회가 희귀하여, 죽은 코끼리의 뼈를 보고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뜻으로 생각하는 것을 상이라고 부르게 된 소이(所以)이다”라고 하였다.
즉, 상은 형상인데, 볼 수는 있지만 고정된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사물은 고정적이지만, 상은 그러한 고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에 구별점이 있다. 따라서, 상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종의 유형(類型)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의 전형(典型)이 음양의 효(爻)와 그 효로써 이루어진 팔괘(八卦)이다. 예를 들면, 건괘(乾卦 : ≡)는 천(天)을 상징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아버지 · 머리[首] · 군주(君主) · 말[馬] 등 천(天)의 유형에 속하는 모든 사물을 포섭할 수 있다.
따라서, 상은 일상적 언어로써는 표현될 수 없는 것까지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주역』 계사전에서 “글로써는 말을 다할 수 없고, 말로써는 뜻을 다할 수 없다. …… 성인은 상을 세워 뜻을 다한다.”라고 말한 것은 이와 같은 사실을 말한 것이다. 팔괘는 세계의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존재 양태를 이루는 여덟 개의 상으로서, 모든 현상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현상계의 존재 양상과 변화는 결국 이러한 요소들의 착종(錯綜) · 배합(配合)에 의하여 성립된다. 착종 · 배합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며, 그것을 수적(數的)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말하면 일정한 수적 규율(數的規律)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역의 수리론(數理論)이 성립된다.
계사전에서는 “수를 다하여 미래를 아는 것을 점(占)이라 하며, 변화에 통달하는 것을 사(事)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변화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으며, 그 원리는 수리화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다. 수를 아는 것은 사물의 변화 원리를 아는 것이며, 따라서 수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수리론에는 「용구용육(用九用六)」 · 「삼오착종(參伍錯綜)」 · 「대연지수(大衍之數)」 등이 있다. 이러한 수리론의 출발은, 점서(占筮)에서 시책(蓍策)의 수를 의미하며, 원시시대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수의 주술성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계사전에 나타나는 서법(筮法)에는 역수원리(曆數原理)가 근저에 깔려 있다. 특히, 「대연지수」 · 「건곤지책(乾坤之策)」은 천문 역수(天文曆數)와 깊이 관계되어 있다.
『주역』의 목적은 미래의 길흉을 판단하는 것인데, 일년 사시(一年四時), 천도(天道)의 변화 원리를 수적으로 표현한 것이 역수이므로, 이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역』의 십팔변서법(十八變筮法)은 천문역수의 지식에 기원하여 고안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수학의 본래적 의도는 우주 만물의 근본 요소와 그 수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천지일월의 생성 변화 원리로서의 역리에 대한 인식과 표현으로 구체화 될 수 있는데, 그 방법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변역 원리(變易原理)를 역수(曆數)로 추연(推衍)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괘효로 표상하는 것이다. 전자를 천도의 이를 수적으로 인식하고 논증하는 이수 원리(理數原理)라면, 후자는 괘효의 상에 의해 만물의 생성 변화 원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괘효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하나의 역리를 수리와 괘상(卦象)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상호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원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계사전에서 “그 수를 지극히 하여 천하의 상을 정(定)한다”라고 하여 양자를 유기적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조에 있어서의 상수 역학은 대체로 송대 역학의 영향권 아래서 전개되고 있다. 소옹의 『황극경세서』의 수리를 해명한 서경덕의 『황극경세수해(皇極經世數解)』와 『역학계몽』의 연구서인 이황(李滉)의 『계몽전의(啓蒙傳疑)』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이황은 여기에서 하도와 선천팔괘(先天八卦)와의 관계를 밝히고 있으며, 아울러 하도와 낙서와의 관계도 밝히고 있다.
하도와 낙서에 대한 연구서로는 한원진(韓元震)의 『경의기문록(經義記聞錄)』에 편집되어 있는 「역학답문(易學答聞)」, 정제두(鄭齊斗)의 「하락역상(河洛易象)」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