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운동사의 일면을 주체적 입장에서 기록,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사서(史書)인 동시에, 전통적 양반집 부인의 교양과 생활, 의지를 절실하게 묘사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자의 가계와 이회영과의 혼인 신민회의 초기 활동, 1910년 말 서간도 이주, 이후 남편을 따라 독립운동에 투신, 북경(北京)과 국내 등지로 동분 서주한 내력 등을 섬세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민족운동가들이 이동녕(李東寧) · 이상설(李相卨) · 김규식(金奎植) · 신채호(申采浩) · 이상룡(李相龍) 등을 비롯해 거의 2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그대로 이회영의 폭넓은 민족운동의 범위를 대변하는 동시에 그들의 활동 내용을 보완할 수 있게 해준다.
『서간도시종기』라 이름한 것은, 1910년 국권 상실 직후의 서간도 이주와 그 곳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든 사실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저자로서는 일생 가운데 가장 큰 변모와 의의를 가져왔다고 인식한 까닭에 붙여진 것이다.
한편 1932년 이회영의 순국을 정점으로, 이 책은 이후 그 장을 달리해, 역시 민족운동에 종사하다 일본 경찰에 잡혀 투옥된 아들 이규창(李圭昌)을 옥바라지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그려진다. 또한 일제하의 수난 생활 및 광복으로 환국한 뒤 겪게 되는 6·25사변 등 현대의 고난사가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일제 침략기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광복 이후 혼란기를 거치면서 한민족이 겪은 시련과 극복의 역사를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실제 체험을 통해 조망, 민족운동사에서 일정한 의의를 지닌 문학작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