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이 지은 한문소설. <광문자전>의 속편으로 ≪연암별집≫에 수록되어 있다. 박지원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것으로서 18∼19세기 초, 주로 서울의 각양각색의 서민적 유형들에 대한 묘사이다.
<서광문전후>의 내용은 거지의 두목 광문이 욕심과 악을 모르며 순진하고 동정심이 많아 모든 시정인(市井人)들의 인심을 산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의 독신주의를 여성의 인격을 긍정하는 논조로 합리화하였다. 그래서 옛 여염(閭閻)의 기이한 일로 여겨졌다.
광문이라는 인물은 거지출신이다. 일찍이 약국 점원 노릇도 하였지만 일정하게 매인 직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신용으로 시정에서 금융의 중개인·보증인 노릇을 했고, 기생들의 ‘매니저’같은 일을 보기도 하였다.
이 글은 시정인의 특이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자유롭게 달관된 생활을 ‘새로운 인간’ 형상으로 제시한 것이다. 본 작품에 속편이 붙어 작품내용이 훨씬 풍부해졌다. 광문과 표망동(表望同)과 표철주(表鐵柱)와 대화를 통해서 서울 시정인들의 생활주변을 경묘한 필치로 운치있게 묘사한 장면이 특히 흥미를 끈다.
“그 때 영남의 한 요망한 자가 몰래 역모(逆謀)를 꾸미고 있었다. 중들이 거지아이를 그처럼 잘 대접하는 양을 보고 한번 여러 사람들을 의혹시켜 보려고 남몰래 그 거지아이를 달랬다. ‘네가 만약 나를 작은아버지라고 부른다면 부귀를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광문의 동생이라 칭하고 스스로 이름을 광손(廣孫)이라 해서 광문에게 붙였다. ‘광문은 제 자신의 성도 모를 뿐더러 평생 독신으로 형제나 처첩이 아예 없었는데, 이제 어떻게 문득 어른이 된 아우와 커다란 아들이 나왔단 말인가?’ 누가 이렇게 의심하고 드디어 위에 고변(告變)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광문과 함께 모두들 붙잡히게 되었다. 서로 대질해서 심문해보니 얼굴들도 모르는 사이였다. 이에 그 요망한 자는 죽음을 당했고 거지아이는 귀양을 갔다. 광문이 풀려 나오자 노소 없이 모두 구경을 나가 서울의 저자가 여러 날 텅 빌 지경이었다. ‘이제야 나는 세정을 알게 되었다.’ 광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도 목수질을 배우면서 눈이 어두워졌구먼.’ 그 뒤에 광문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와 같이, 최하층 계급의 사람에게도 인간본연의 순수성이 있다는 것을 잘 그렸으며, 권모술수에 가득찬 사회를 은근히 비꼰 작품이다.
<서광문전후>은 광문이라는 주인공 거지의 이름으로 순진무구하고 결백한 모습을 그려 당시 사회의 부패상을 은근히 풍자했다. 인정 많고 동정심이 풍부하여 많은 시정인들의 관심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착한 거지의 면목을 보여줌으로써 기만과 교만에 가득찬 양반 생활을 은근히 비꼰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