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은 호근동과 서호동의 수호신을 모신 당으로 호근동 곁의 냇가에 있다. 냇가에 숲이 우거져 있는데, 그 숲 앞 공지에 돌로 제단을 마련하였다. 요즈음 제단을 시멘트로 단장하였고 바닥과 울타리도 시멘트로 반반하게 단장하여 놓았다. 현재 나무들이 많아 어느 것이 이 당의 신목(神木)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마을 수호신의 제일(祭日)은 매월 8일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소원이 있을 때마다 8일이나 18일, 또는 28일에 심방을 빌어서 축원을 올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이 모이는 달은 정월이다. 본향당의 신의 이름은 ‘애비국하로산또’이다. 당의 본풀이는 애비국하로산또가 당신이 된 내력뿐만 아니라, 그의 딸이 신이 된 내력까지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비국하로산또는 한라산에서 을축 년 3월 열 사흘날 자시에 솟아났다. 솟아나고 보니 천지가 캄캄하여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얼마 뒤 닭이 날개를 치고 울자 동이 트고 밝아지니, 애비국하로산또는 차지할 마을을 찾아 한라산을 떠났다. 이 산 저 산을 뛰어다니고 노루 사슴을 잡아먹으며 서호동 지경에 있는 고공산을 치달아 보니 세 백관이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애비국하로산또는 세 백관에게 차지할 수 있는 마을이 없는가를 물었다. 세 백관이 호근동을 차지하도록 허가하여 주자, 좌정할 곳을 정하려고 나침의(羅針儀)를 놓아 명당을 찾아다니다가 호근동의 돌혹기라는 곳이 명당이므로 거기에 좌정하여 단골을 정하고 매인심방을 정하여 당신이 되었다. 애비국하로산또는 막내딸을 낳고 보니 버릇이 나빴다.
한 살 때 어머니 젖꼭지를 뜯은 죄목, 두 살 때 아버지 수염을 뽑은 죄목, 친족과 동네 어른에게 불효한 죄목 등으로 작은 바구니에 담아 던져버렸다. 이때 마침 대정현(大靜縣)의 형방이 말을 도둑맞아 찾으러 다니다가 버려진 아기를 만났다. 아기는 바구니에 누운 채 “말은 성안 서문 밖 탱자나무에 목을 매어 죽어 있는데, 어디로 찾으러 가느냐?”고 하는 것이다.
이 아기가 필시 잘 알아 맞추는 아기라고 하여 형방이 막내딸을 말 꽁무니에 태우고 대정현 성으로 달렸다. 가는 도중 하원(河源)·도순(道順)·창천(倉川) 마을에서 쉬면서 이 막내딸아기를 모시는 일○당[七日堂]을 만들어 두고 대정성 안에 들어가 보니 말이 과연 죽어 있었다. 형방은 이 딸아기를 두고 관아로 들어가 버리니, 딸아기는 갈 데 올 데 없고 먹여 줄 이가 없으므로 감옥으로 들어가 옥할망(감옥의 신)이 되어 정성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