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발견된 남산신성비 가운데 제4비에만 서척이라는 직명이 보이고 있다. 다른 남산신성비에서는 문척(文尺 : 제1·2·3비)이라는 직명이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서척과 같은 직명으로 생각된다.
비문에 보이는 장척(匠尺)·석착상인(石捉上人)·소석착상인(小石捉上人) 등이 성을 축조하는 과정에 담당한 직임이었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서척 역시 성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작업에 필요한 글자와 남산신성비 제4비 자체의 글을 쓰는 일을 담당한 직명이라 생각된다.
남산신성비의 비문이 일정한 양식으로 되어 있는 점에 유의하면 특별히 비문을 짓는 사람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문 자체를 서척이 지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서척은 단지 신라정부가 제시한 비문양식에 맞추어 작업한 사람의 출신지명·직명·인명·관등명을 적어넣어 비문을 완성하고 또 그것을 돌에 써서 새기는 작업일체를 담당한 임시 직명이었다고 하겠다.
이에 서척은 남산신성비 제1·2·3비에 보이는 문척이나, 천전리서석의 ‘작서인(作書人)’, 단양신라적성비와 창녕신라진흥왕순수비의 ‘서인(書人)’, 경주 명활산성비의 ‘서사인(書寫人)’ 등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 임시직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