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

남도판소리 서편제 / 안채봉
남도판소리 서편제 / 안채봉
국악
개념
1930년대 이후 대중화되고 계면화된 호남 지역 판소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노식이 처음 사용한 학술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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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서편제는 1930년대 이후 대중화되고 계면화된 호남 지역 판소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노식이 처음 사용한 학술용어이다. 판소리는 지역에 따라 음악적 특징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정노식은 여러 명창들의 증언을 통해 출신 지역과 사승 관계를 고려하여 서편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 음악적 현상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판소리 이해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노식이 언급한 서편제의 음악적 특징은 1930년대 이후 도막소리로 부르는 잡가화·계면화·여성화된 판소리의 경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면 정확히 부합한다.

정의
1930년대 이후 대중화되고 계면화된 호남 지역 판소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노식이 처음 사용한 학술용어.
유래와 배경

서편제(西便制)라는 용어는 정노식(鄭魯湜, 1899~1965)『조선창극사』[1940]에서 처음 사용한 판소리 유파 개념이다. 1920년대부터 신문 · 잡지에서 간헐적으로 고조(古調), 신조(新調), 동조(東調), 서조(西調), 동파(東派), 서파(西派)처럼 대조되는 판소리의 음악적인 특징을 구분하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서편제라는 용어는 정노식이 쓴 『조선창극사』의 대가닥 항목에 처음 나타난다.

정노식은 여러 명창들의 증언을 통해 출신 지역과 사승(師承) 관계를 고려하여 각 명창의 소리 성향을 분류하면서 서편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즉 판소리는 지역에 따라 음악적 특징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전라도 서부 지역의 판소리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고안한 용어이다. 그러나 실제 음악적 현상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관념론적 분류이므로 판소리 이해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정노식은 「조선광대의 사적(史的) 발달 및 그 가치」[1938]라는 글에서 동파, 서파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조선창극사』를 집필하면서 동편(東便), 서편(西便)이라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용어를 바꾼 것이다.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이 지역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에 따라 전라도 동부 지역을 동편, 서부 지역을 서편으로 본 것인데, 처음에는 지역적인 표준에서부터 나중에는 음악적인 법제를 기준으로 분파되었다고 했다. 그 배경에는 판소리의 전라도 무가기원설이 내재되어 있다.

음악적 특징

정노식은 서편제의 특징을 주1을 위주로 하여 부드럽고 화려하며, 소리를 맺을 때 꼬리를 달면서 길게 늘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에 반해 동편제(西便制)는 ‘우조를 위주로 웅장하고 강건하게 하며, 소리를 맺을 때도 야무지게 맺는다’고 했다. 이러한 설명은 판소리 음악을 관념적으로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판소리의 현상으로는 유파적 구분이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노식은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주2의 이후 세대나 여류명창에 대해서는 판소리 유파를 적용하여 분류한 사례가 없다. 정노식이 유파를 분류한 여러 명창들은 대부분 그가 실제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옛 명창이거나 이미 사회적 평가가 끝난 원로들이었다. 자신과 동년배들은 거명조차 하지 않았고, 동시대를 살았던 몇몇 여류명창에 대해서는 유파 구분을 하지 않았다.

정노식이 서술하고 있는 서편제의 개념을 당대의 판소리 현상에 적용하여 설명한다면, 서편제는 1930년대 이후 대중화되고 계면화된 판소리를 일컫는다. 개화기 이후 판소리는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첫째, 극장 공연이 시작되면서 대중적인 판소리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둘째, 권번(券番) 중심으로 판소리가 향유되면서 급격한 여성화가 이루어졌다. 그에 따라 판소리는 완창(完唱)이 아니라 도막소리로 불리면서 여러 더늠이 독립된 가요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또한 1900년 이후에 출생한 호남 출신 여성들이 1930년대 판소리계에 대거 진출하였고, 이들은 잡가나 민요를 함께 불렀으므로 판소리는 급격하게 계면화 · 잡가화의 경향을 띠게 되었다.

1930년대 이후 판소리의 큰 흐름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가요화된 도막소리로 변화하게 되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잡가 목을 쓰면서 감정을 진하게 표현하고, 호남 지역 대중의 기호에 맞는 계면화된 소리가 유행하면서 판소리의 흐름은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900년대 이후 출생한 남녀 소리꾼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1928년 이전, 나팔녹음 시절에 취입된 유성기음반에는 호남 출신 여성이 한 사람도 없었고, 대부분 영남 출신이었다. 호남 출신 여성은 1930년 전후에 본격적으로 판소리계에 진출하게 되었다.

정노식이 언급한 서편제의 음악적 특징은 1930년대 이후 도막소리로 부르는 잡가화 · 계면화 · 여성화된 판소리의 경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면 정확히 부합한다. 요컨대 정노식의 서편제 개념은 1940년 무렵 당대의 판소리 현상을 유형화한 관념론이라 할 수 있으며, 대체로 1900년 이후 출생한 호남 지역 출신 남녀 명창들의 소리 경향과 부합한다.

참고문헌

원전

심재덕 씨 담, 「조선소리 내역기【중】」(『조선일보』, 1939. 7. 6.)
어조동실주인, 「조선광대의 사적(史的) 발달 및 그 가치」(『조광』4-5, 조선일보사, 1938. 5.)
이덕창, 「명창론(하)」(『일동타임쓰』 1-3, 일동타임쓰사, 1926. 6.)

단행본

정노식, 『조선창극사』(조선일보사, 1940)
김택수 편, 이선유 음, 『오가전집』(대동인쇄소, 1933)

논문

배연형, 「판소리의 고제·중고제·신제」(『판소리연구』 55, 판소리학회, 2023)
배연형, 「판소리 유파의 개념과 현실: 유파 개념의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판소리연구』 52, 판소리학회, 2021)
배연형, 「판소리 중고제 론」(『판소리연구』 5, 판소리학회, 1994)
이보형, 「판소리 제(派)에 대한 연구」(『한국음악논문집』 연구논총 82-10,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2)

인터넷 자료

주석
주1

국악에서 쓰는 음계의 하나. 슬프고 애타는 느낌을 주는 음조로, 서양 음악의 단조(短調)와 비슷하다.

주2

20세기 전반에는 김창환·송만갑·이동백·김창룡·정정렬을 오명창으로 꼽는다.

관련 미디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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