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에 그림을 그린 것은 화선(畵扇),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이라 한다. 중국 최초의 서선은 4세기의 왕희지(王羲之)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화선으로서의 선면화는 당송(唐宋) 때부터 나타났다. 북송(北宋) 이전의 부채 그림은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남송(南宋) 때의 것은 실물이 남아 있어 부채의 재료, 형태, 용도 등과 그림의 주제, 구도, 화법 등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부채를 사용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수선(繡扇)과 난선(暖扇)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三國史記)』와 『고려사(高麗史)』에 전한다. 또한 조선시대에 다양한 부채를 사용하였음이 각종 기록에서 확인된다. 특히 최초의 화선은 이규보(李奎報)의 시를 통해서 13세기부터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현존하고 있는 완전한 옛날 화선에는 금속 틀에 모란이 수놓아진 홍색 비단을 바르고 그 위에 진주 장식을 한 진주선(眞珠扇), 그리고 반죽선(斑竹扇)에 삼불제석(三佛帝釋)을 그린 무선(巫扇) 등이 있을 뿐이다. 부챗살은 없고 그림만 남아 있는 옛 선면화는 대부분이 산수화, 사군자화, 화조화 등을 그린 것이다. 또 접었다 폈다 하는 접선(摺扇)에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부채 그림은 간략하게 빨리 그린 것이 많다. 하지만 정성을 다하여 완전한 한 폭의 그림을 그린 것도 있어 화선에 대한 작가의 제작태도나 수요자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훌륭한 선면화들은 함부로 들고 다니기가 아까워 처음부터 쓰지 않고 귀물(貴物)로 애장하였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다.
조선시대 작품 중에서는 이징(李澄)의 전칭작인 「선면이금산수도(扇面泥金山水圖)」가 가장 오래된 부채 그림으로 추정된다. 부채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로는 정선(鄭敾), 심사정(沈師正), 김홍도(金弘道), 이인문(李寅文), 이인상(李麟祥), 김정희(金正喜) 등이 유명하다.
특히 정선은 「풍악전면도(楓岳全面圖)」, 「정양사도(正陽寺圖)」, 「금강내산도(金剛內山圖)」, 「도산서원도(陶山書院圖)」 등의 선면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많이 그렸다. 또 김정희의 「청람란도(晴嵐蘭圖)」 및 신명연(申命衍)의 「매화도(梅花圖)」 등의 사군자(四君子)는 화가의 기량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명품으로 꼽힌다. 한편 화조를 그린 심사정의 「모란투작도(牡丹鬪雀圖)」는 그가 여러 가지 소재에 두루 능통했음을 보여 주는 가작(佳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