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안판관(安判官) 집안의 수호신이 제주시 삼도동 고씨(高氏) 집안의 수호신으로 옮겨지게 된 내력의 이야기다. 이 집안에서 굿을 할 때 심방(무당)에 의해 노래로 불린다.
현재 한 편이 채록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안동에서 안씨 삼형제가 제주도에 들어와 정착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선흘리에 이르렀다. 마침 비가 내려 삼형제는 비를 피해 바위 밑에 모여앉아 갈 곳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주걱만한 귀가 달린 뱀이 나타났다.
삼형제는 각각 내 ‘조상’임에 틀림없다 하고, 옷을 벗어놓고 뱀에게 오르라고 하였다. 그러자 뱀은 막내 동생의 옷 위로 기어오르므로, 이를 싸업어 선흘리 마을로 와서 모시고 정착하여 살았다.
그 뒤 집안이 번성하여 통정대부·가선대부 등 벼슬이 속출하다가 자손 중에서 제주판관이 나왔다. 이 안판관은 제주시 삼도동의 고씨 심방을 불러 굿을 할 때, 벼슬이 낮다고 불평을 하였다.
이 말에 토라진 ‘조상’ 곧 뱀신은 고씨 심방의 쌀자루에 들어가 고씨를 따라가서, 고씨 심방집안을 번창시키고 많은 벼슬을 낳게 하였다. 이 본풀이는 내용이 「고대정(高大靜) 본풀이」와 유사하여 그 변이로 보이며, 제주도 뱀신앙의 한 예화로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