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반(文班)의 시직(試職)과 마찬가지로 주로 무반(武班)의 상품(上品)과 하품(下品) 사이에 따로 설치되던 정규적 관직체계 내의 직위이다. 원래의 관직명[眞職] 앞에 섭(攝)자를 덧붙여 사용하였다.
고려 전기에는 문자 그대로 대신하여 어떤 일을 처리하는 직위라는 의미였는데, 점차 정규적인 관직체계의 한 단계로 설정되어 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섭직은 고려 전기에는 부분적으로 무반직에 설정되기도 했지만 주로 문반직에 두어지다가, 후기에는 비록 예외가 있긴 해도 무반직에 설치되는 직위였다.
그러니까 고려 전기에는 섭직이 시직과 함께 문·무반직에 약간 뒤섞여 설치되다가 후기에 들어와 문반에는 시직(試職), 무반에는 섭직(攝職)이 주로 설치된 것이다.
고려 후기에 무반의 섭직이 동일 품계와 바로 그 아래 품계의 진직(眞職) 사이에 위치하는 정규적인 직위로 설정되면서, 상장군(上將軍)부터 교위(校尉)까지 8층으로 되어 있었던 무반의 품계가 실제로는 2배인 16단계의 층위가 되어 그만큼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무반 섭직의 설치는 문반 시직과 마찬가지로, 상급의 직무를 수행케 하면서도 그에 상당하는 액수의 녹봉을 지급치 않고 감하여 지급하였으므로 그만큼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