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반(文班)의 상품(上品)과 하품(下品) 사이에 따로 설치되던 정규적 관직체계 내의 직위이다. 원래의 관직명[眞職] 앞에 시(試)자를 덧붙여 시험적으로 수습을 위해 임명한 직위라는 의미를 지녔던 것으로 추측된다.
시직(試職)은 2성(省) 6부(部)를 근간으로 한 고려의 관제가 대략 정비되는 성종 초년부터 일반 관직과 거의 동시에 설치되기 시작하여 대체로 여말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었는데, 그 주 대상은 중앙의 문반 3품이하직이었다.
이 시직은 일반적으로 품계상 한 단계 높은 직위를 제수받을 때 임명되던 관직이었다. 즉 보통은 진직(眞職)에서 한단계 높은 시직(試職)으로, 거기에서 다시 동일 품계의 진직으로 진급한 후에, 품계는 같지만 서열이 높은 또 다른 진직으로 옮겼다가, 다시 한 품계 높은 시직으로 승진하는 것이 통상의 과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고려 관제의 18품계(品階)는 사실상 거의 2배로 늘어나는 셈이 되는데, 고려의 조정에서는 동양의 전통적인 18품계 체계를 준수하면서도 사이사이에 시직의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관원들의 승진 욕구문제를 해결하여 갈 수 있었다.
또한 시직은 업무·기능면에서 당해 진직과 동일했지만, 녹봉(祿俸)은 시직에 재임하는 이상 진직 재임자의 녹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만을 받았으므로, 경제적으로는 녹봉의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고려조에는 이와 같은 시직 외에도 섭직(攝職)·차직(借職)·권직(權職)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섭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