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필사본. 끝은 낙장이 되어 알 수 없다. 남녀 주인공이 혼사장애를 극복하고 혼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애정소설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나라 때 소주 땅의 왕창영이라는 선비가 과거 보러 황성으로 가던 중, 주점에서 송생이라는 사람을 만나 동행한다. 두 사람은 함께 과거에 응하여 왕창영은 장원급제, 송생은 참방에 든다.
두 사람은 기뻐하며 귀향길에 오르는데 도중 왕창영은 아들을, 송생은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혼약을 맺기로 약속한다. 그 뒤 송생이 죽으니 부인 심씨는 왕창영에게 편지를 내어 사실을 알린다.
한편, 왕창영의 아들 한춘은 14세가 되던 해 서울로 과거 보러 가게 되었는데, 왕창영은 아들에게 송생과의 언약을 이야기한다. 한춘은 그 말을 듣고 송생의 딸 경패를 만나 서로의 인연을 확인한다.
그 뒤 경패의 어머니가 죽자, 외삼촌인 심천수가 경패의 재산을 빼앗고 경패를 상처한 거부(巨富) 조중인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한편, 한춘은 과거에 장원한 뒤 암행어사가 되어 경패의 동네에 이르러 소식을 물었으나 알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한춘은 경패 아버지의 무덤에 이르러 술잔을 올린다. 이때 경패는 조중인과의 강제 혼인이 이루어져 혼인날이 다가오는 중 꿈의 계시로 아버지의 무덤에 왔다가 뜻밖에 한춘을 만난다.
한춘은 경패로부터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혼인날이 다가오자 어사로 나타나 심천수와 조중인을 잡아 가두고, 한춘과 경패는 재결합한다. 경패는 두 사람을 용서할 것을 남편에게 간청하여 모두 석방한다.
그 뒤 한춘은 병부시랑이 되어 하루는 왕에게 청하여 고향의 부모를 찾는다. 그뒤의 이야기는 판독이 곤란하여 알 수 없고, 그나마 104면에 이르러서는 낙장이 된 채 중단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의 줄거리만으로도 작품의 내용은 충분히 드러난다.
특히, 두 남녀 주인공이 가약을 맺었다가 이별을 하게 되고 여자주인공이 금전에 의하여 위기를 당하게 되자, 혼인날 암행어사로 내려온 남자주인공에 의하여 구제되고 다시 만난다는 작품의 줄거리는 「춘향전」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두 작품간의 관계는 확인하기 어렵다.
「춘향전」에 비하여 단순한 애정의 극적 효과만을 강조하였고, 주제는 고소설에 공통되는 권선징악이다. 간간히 고어적인 표기가 나타나고 있어, 시대적으로 비교적 앞서는 작품으로 보인다.
또, 한자어가 많이 나오고 문체도 번역체로 되어 있어, 한자에 능통한 사람의 작품이거나 한문소설의 번역본이 아닌가 여겨지나 확언할 수는 없다. 극적인 사건의 전환·사랑·탐욕·음모 등 소설적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