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부록 합 3책. 필사본. 간행 여부는 분명하지 않으나 시문(詩文)의 내용 중 이따금 누락된 글자에 ‘缺(결)’자 표시가 있고, 부록 등이 있는 점으로 보아 간행을 목적으로 편집된 고본(稿本)으로 추정된다. 서문과 발문은 없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제1책 권1에 시 234수, 권2에 서(書) 4편, 제문 3편, 기(記) 1편이 실려 있다. 제2책 권1은 남귀창수록(南歸唱酬錄)으로 최흥벽(崔興璧)의 소서(小序)와 윤동야(尹東野)의 시평(詩評), 연구(聯句) 27수, 부록으로 차운시(次韻詩) 2수가 실려 있다. 권2는 연방첩(聯芳帖)으로 시 101수, 도화록(悼化錄)에 만시 26수, 제3책은 부록으로 저자에 대한 가장·행장과 손자인 태원(太源)과 종원(鍾源)의 행장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1책 권1의 시는 대개 농촌 생활의 일상적 감회를 그린 것이 대부분으로, 「민농(憫農)」·「수월동팔영(水月洞八詠)」·「목동(牧童)」 등의 작품이 있다. 또 「광풍루(光風樓)」·「무영탑(無影塔)」·「가야산(伽倻山)」 등의 서경시도 비교적 관심을 끌고 있다.
서에는 최흥벽에게 상례(喪禮)에 관해 5개 항을 질문한 문목(問目)이 있고, 제문에도 최흥벽에 대해 쓴 것이 있어 그들의 교유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기 1편은 「삼유산기(三遊山記)」로 짤막한 기행문이다.
제2책 권1의 연구 27수는 1783년(정조 7) 서울에 과거를 보러 왔다가 낙방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최흥벽·곽가헌(郭可憲)·이현보(李顯甫) 등의 동행(同行)과 함께 창수한 것으로, 여행 노정의 순서에 따라 수록되어 있다.
윤동야는 저자의 시에 대해 “절뚝발이 당나귀가 다리를 건너는 것 같으나, 고고한 뜻을 지니고 있다(如蹇驢渡橋猶有孤高之意)”라고 평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연방첩」은 자손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창수한 것으로, 차운류·화답류가 많다. 「청적성(聽笛聲)」·「춘일음(春日吟)」 등이 비교적 주목을 끈다.